기업들 탄소배출권 사업 해외서 '바람' 분다
#1. 포스코는 지난 3월 남미 우루과이에 현지법인을 세우고 해외 조림사업을 통한 탄소배출권 사업에 진출했다. 이 회사는 2013년까지 우루과이에 5500만달러를 투자,총 2만㏊의 조림지를 매입하고 30년간 나무를 키워 탄소배출권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2. SK에너지는 작년 12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와 중국 랴오닝성 쓰레기 매립장을 공동 운영키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이 매립장에서 발생하는 매립가스(메탄) 포집 분량을 탄소배출권으로 확보하고 매립가스를 이용한 전기 생산사업도 벌일 예정이다.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 등 온실가스를 줄이는 과정에서 확보한 탄소배출권을 상품처럼 내다파는 CDM(청정개발체제)사업이 국내를 넘어 해외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KOTRA는 국내 기업들의 필리핀 CDM 사업 진출을 돕기 위해 3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필리핀 환경자원부와 MOU를 체결했다.

2005년 교토의정서 발효로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는 유럽연합(EU) 회원국과 일본 등 38개국의 기업들은 배정받은 감축량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탄소배출권을 사서 감축량을 맞춰야 한다.

◆배출권과 시장기반 확보 '일석이조'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추진하고 있는 CDM사업은 21개에 달한다. 해외 CDM사업은 동남아와 남미 등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없는 개발도상국에서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를 수행,여기서 줄인 온실가스를 자국 또는 자사의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확보한 탄소배출권은 유럽 등 전 세계 10여개의 탄소배출권거래소에 팔아 수익도 올릴 수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를 통한 신규 수익 확보는 물론 향후 시장전망이 밝은 해당 지역의 사업기반을 닦는데도 유리하다.

해외 CDM사업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국내 기업은 한국전력이다. 중국 6개 지역에서 추진 중인 9개의 풍력발전사업이 모두 유엔 CDM 사업 항목에 공식 등록되면서 연간 28만t의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고 있다. 한전측은 중국 내 풍력발전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탄소배출권 규모를 73만t까지 늘리고 탄소배출권 판매수익도 연간 900만달러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 회사는 네팔 등 중앙아시아와 볼리비아 에콰도르 칠레 등 중남미에서 수력발전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건설을 통한 탄소배출권 사업도 벌일 예정이다.

LG상사는 중국 이촨현에서 바이오매스(식물 또는 미생물을 이용한 연료) 발전사업을 추진 중이며,한화도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에서 아산화질소를 감축하는 CDM사업을 준비 중이다.

◆개도국 CDM 사업 유치경쟁

개발도상국들도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해외 업체들의 CDM사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초 KOTRA가 주최한 해외 CDM사업 설명회에선 흥미로운 해외 CDM사업들이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세계 최대 팜 오일 생산국인 말레이시아는 팜 껍질을 이용한 바이오매스 사업,아르헨티나에선 이과수 폭포 주변에 방치된 폐목을 이용한 대체에너지 사업 등이 유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탄소배출권 시장이 해마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선진국 기업들은 해외 CDM사업을 유망 비즈니스로 진행하고 있다.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506건의 CDM사업 중 영국은 127개,스위스 95개,일본은 71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훈구 에너지관리공단 온실가스검증원 팀장은 "국제 탄소배출권 가격이 작년 7월 t당 27유로에서 현재 10유로 안팎까지 떨어졌지만 세계 각국이 신 · 재생에너지 등 그린에너지 개발에 나서면서 가격이 되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생산단가가 낮은 개도국의 탄소배출권 시장 선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