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함께 태평양시대를 준비하자."

한국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을 대표하는 기업인 700여명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사업 협력을 통해 태평양시대를 열어 가자고 다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31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 · 아세안 CEO 서밋'에 참가한 아세안 지역 기업인들은 '변화 도전,그리고 아시아의 번영을 위한 협력'을 주제로 한 토론에서 아세안 지역의 경제성장에서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다.


◆한국의 IT 리더십이 아세안 이끈다

미구엘 바렐라 필리핀상공회의소 회장은 IT(정보기술)산업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한국이 필리핀 투자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IT 분야의 리더십을 갖고 있는 한국은 아세안 국가들의 성장을 보완해줄 수 있다"며 "필리핀이 지니고 있는 인적자원과 합쳐진다면 태평양시대의 경제를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IT 강국이라는 강점을 활용해 한 · 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이점도 한국에 집중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그는 "5억6700만명의 거대한 시장이 하나의 아세안 지역으로 묶이면 한국은 거대 시장에 대한 투자 이점을 누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세안 10개국의 인구는 세계 전체 인구의 8.69%를 차지한다. 한국과 아세안 지역 간의 교역 규모는 지난해 기준 902억달러로 중국 및 유럽연합(EU)에 이은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아시아는 거대 인구를 기반으로 실질 수요를 지니고 있고 잠재력이 풍부해 앞으로 세계경제를 주도해 나갈 수 있다"며 한 · 아세안 국가 간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경제 회복을 위해서라도 아시아 지역의 상호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아시아로 '머니 무브' 시작된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세계경기 침체로 세계의 자본이 아시아로 옮겨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빈센트 쳉 HSBC 아시아지역 회장은 "앞으로 신흥국 주변으로 많은 자금이 흘러들어올 전망"이라며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이 세계금융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의 경기 침체로 아시아 지역으로 자본 이동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아시아 경제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아시아 금융시장도 지속적으로 개발되면서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CEO 서밋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아피싯 웨차치와 태국 총리,응우옌 떤 중 베트남 총리,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참석했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용구 대림산업 회장,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유창무 수출보험공사 사장,강영원 석유공사 사장,김쌍수 한국전력 사장,이종의 대한항공 사장 등 국내 경제인 400여명도 자리를 함께 했다.

아세안 지역에서는 베트남 에너지 회사인 페트로베트남의 딘 라 탕 회장과 인도네시아 선박제조 회사인 페리사의 밤방 소에잔토 회장,말레이시아 자동차 회사인 나자 미아 스단 버하드의 나사루딘 삼 나시무딘 회장 등 300여명의 기업인이 참석했다.

서귀포=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