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이 2006년 대우건설 인수 때 참여한 국내 채권은행 등 FI(재무적 투자자)들 대신 새로운 FI를 모집해 대우건설 풋백옵션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산은이 오는 9월까지 시간을 주면 새 FI를 물색,대우건설 풋백옵션이 사실상 만기 연장되는 효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대신 핵심 자산을 추가로 내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31일 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새로운 FI 모집 및 핵심 자산 매각방안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제출하고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위한 최종 조율 작업을 벌였다. 양측은 일단 큰 틀 내에서 조만간 양해각서(MOU)를 맺되 세부내용은 다음 달까지 추가 협의를 거쳐 확정짓기로 했다.

금호아시아나는 새로운 FI를 끌어들여 대우건설 풋백옵션 만기 상환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키로 했다. 당초 오는 12월 돌아오는 풋백옵션 만기를 3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해외 사모펀드와 국내 일부 금융회사들이 풋백옵션을 이미 유동화,만기연장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새로운 FI들에도 기존 FI들에게 제공한 연 6~9% 수준의 풋백옵션 수익률을 보장해줄 방침이다.

일부 FI들이 교체되지만 대우건설에 대한 지배권을 유지할 수 있어 금호아시아나에도 유리한 방식이다. 금호아시아나는 이미 대우건설 FI 참여에 관심을 보이는 국내외 펀드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며 조만간 가시적 성과를 낼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아시아나는 대신 일부 유동화된 풋백옵션의 상환 요청은 자체적으로 소화한다는 전략이다.

금호아시아나는 올 하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1조5000억~2조원 규모의 회사채 상환 및 대우건설 풋백옵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호생명,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38.74%),일부 유휴자산 등 외에 대한통운을 추가 매각하는 방안을 산은에 제시했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유동성 논란을 한꺼번에 잠재우기 위한 정면 돌파를 고민하고 있다"며 "만약 9월까지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추가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산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한통운 매각으로 금호아시아나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고 대우건설 풋백옵션 문제를 해결하기엔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는 추가 매각 대상 선정을 위한 협상을 산은과 진행하는 동시에 금호생명과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매각은 최대한 빨리 마무리짓기로 했다. 현재 금호생명에는 SC제일은행과 펀드 한 곳 정도가 관심을 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매각 가격은 5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반포동에 있는 8만7111㎡ 규모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공시지가가 1조원을 웃돌기 때문에 금호는 4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 일산대교 등 사회간접자본(SOC) 주식을 매각해 1500억원을 마련하고 한국CES · 대한송유관공사 등 투자유가증권 매각으로 1000억원,대불단지 등 기타자산 매각으로 1000억원을 마련하겠다는 기존 계획도 서둘러 진행할 방침이다.

또 계열사별 대규모 자금 조달도 추진키로 했다.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석유화학은 각각 2000억원 규모의 ABS(자산유동화증권)와 EB(교환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금호아시아나가 이처럼 전방위적인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대우건설 풋백옵션 비용 문제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 인수 당시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18개 FI(재무적 투자자)로부터 지원받은 돈은 3조5299억원.그 대신 올 연말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풋백옵션 행사 가격(3만1500원)을 밑돌면 차액을 보전해 주기로 계약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