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말이면 북한산이나 청계산,관악산이 등산객들로 북적거린다. 그 가운데 노인층도 상당수다. 하산 뒤 근처 식당에는 노년들이 끼리끼리 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들이 보인다. 보아하니 부부끼리 모인 팀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모임도 눈에 띈다. 간혹 산악반에서 만나 뒤늦게 로맨스 같은 게 엮어지기도 하는 모양이다.

일전에 나는 어느 할머니 한분을 임상에서 본 적이 있다. 이 분은 남편을 잃은 지 10여년이 넘었다. 그런데 어느날 같은 동네에 살던 영감이 술에 취해 혼자 사는 집안으로 쳐들어와 성추행을 했다. 이 사실이 주위에 알려지면서 할머니는 충격을 받았다. 분한 마음에 고소까지 했다. 그래도 불면증,울렁증에 시달린다는 하소연이었다.

그런가 하면 70세가 넘은 어느 독거 남녀 노인이 같은 동네에서 살다 자연스레 연애를 하는 중이라는 분도 있었다. 할머니는 남편 사망 후 1년도 채 넘지 않았다. 서울에 사는 아들 · 며느리가 이 사실을 알고 아연실색하는 눈치다. 화성 인근에 살던 어느 할머니는 파출부로 일하다 그 집 영감님과 눈이 맞았다. 물론 두 분 다 싱글이었다. 그런데 마침 집을 나갔던 영감님의 처가 수년 만에 돌아왔다. 이 때문에 할머니는 그 분과 헤어졌고,상실감에 우울증이 생겼다. 6개월쯤 후에 만난 그 할머니는 몰라보게 노쇠해 있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500만명이 넘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선진국처럼 제반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고,제도도 정비하는 중이다. 하지만 건강한 독거 노인들의 이성 문제는 아직 논의 대상에도 들지 않는 모양이다. 노인들은 이런 류의 문제와 관련,여간 불편한 입장이 아니다. 먼저 성인 자녀들이 바라보는 입장의 문제가 있다. 아직도 성인 자녀들 상당수는 노부모 중 한 분이 다른 분과 연애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쉽게 못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가족 개념이 강할수록,섬김을 잘해왔던 자녀일수록 저항감은 더 크다.

노인의 성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무시하려는 층도 더러 있다. 할아버지에 대해서는 넘어갈 수 있겠다 싶지만 할머니는 좀 곤란할 것 같은 생각도 있을 터다. 남녀 차별에 대한 의식의 영향도 있겠다. 어머니에 대한 남다른 감정도 한몫 한다. 아무튼 다른 사람은 몰라도 우리 부모는 그런 '경계'를 넘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도 강하리라.해서 남의 부모가 연애를 하면 "저 할배,저 할망구 주책이야"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노인들의 로맨스를 어떻게 봐야 좋을까. 노인들의 성욕도 젊은이 못지않다. 다만 강도가 떨어질 뿐이다. 만족도는 오히려 예전보다 낫다는 노인도 있다. 최근엔 비아그라류의 약물이나 각종 수술 등으로 남성 발기력이 현저히 좋아졌다. 자녀의 성문제를 이해하듯,노인의 성문제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