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디자인이라고 하면 단순히 예쁘게 만드는 것이라고 한정짓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스타일링에 불과하며 전체 디자인의 30%밖에 차지하지 않습니다. 제품이 왜 필요한지 고민하고 기술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은 결국 엔지니어링과 같은 분야에서 풀어 나갈 수 있는 부분이죠."

최근 독일에서 열린 'iF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전(iF Communication Design Award)'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성준씨(KAIST 산업디자인학과 4학년 · 25)는 1일 "어린이 완구용품을 만든다면 아동발달 심리학자가,의료장비라면 의사나 간호사 등 업무 프로세스를 잘 아는 사람이 참여할 때 이상적인 디자인이 나올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과학고를 졸업한 뒤 KAIST에 입학해 생명과학자를 꿈꾸던 김씨가 디자인으로 진로를 변경한 것은 미국 방송에서 세계적 디자인 컨설팅 회사인 IDEO를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부터다.

IDEO의 디자인 팀은 엔지니어 변호사 의사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그는 "IDEO에 대해 알기 전까지는 나 역시 디자인은 미대에서 하는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고 부모님도 과학고 나와서 왜 미술을 하냐고 만류할 정도였다"며 "IDEO 창업주인 데이비드 켈리 역시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것을 알고 사람들이 꼭 필요로 하는 디자인을 하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iF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상'은 IDEA,Red Dot(레드닷) 등과 함께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으로 꼽힌다.

이 가운데 커뮤니케이션 부문은 학생이나 개인이 아닌 회사들이 겨루는 분야이기 때문에 김씨는 '1/2 PROJECT(하프 프로젝트)'라는 비영리단체(NGO)를 설립하고, 이화여대를 졸업한 박지원씨와 공동으로 작업한 '새로운 기부문화 시스템'이란 작품을 출품했다.

김씨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일상생활에서 기부하는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며 "하프 프로젝트(사진)는 편의점에서 파는 500㎖짜리 물이 1000원이라면 250㎖ 물을 1000원에 팔아 남은 500원으로 제 3세계 국가 등을 돕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최근 열린 IDEA 디자인전에서도 '휴대용 인명 구조장비(Rescue Stick)'라는 출품작으로 은상을 수상했다.

그는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두 곳에서 수상함으로써 탁월한 디자인 능력을 인정받게 됐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