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새로운 도약을 시작했다. KTF와의 합병을 통해 유 · 무선 통신과 방송을 아우르는 종합 방송통신 기업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통합 KT는 자산 24조원,매출액 19조원,직원수 3만8000명의 매머드급 통신회사로 거듭났다. 재계 순위도 21위에서 단숨에 9위로 뛰어올랐다. KT는 유 · 무선 컨버전스(융합)를 기반으로 해 글로벌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중장기 비전을 수립했다.

이석채 회장은 1일 통합KT 출범식에서 "통합 KT는 새로운 출발의 시작에 불과하다"며 "컨버전스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진정한 리더가 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컨버전스로 성장 정체 뚫는다

성장 정체 늪에 빠진 KT에 합병은 컨버전스 시대를 주도하는,새로운 도약을 위한 첫걸음이다. KT의 주력 사업인 유선전화는 인터넷전화의 등장과 함께 가입자가 감소하는 추세다. 초고속인터넷 역시 성장정체에 놓여 있다. KT는 합병을 계기로 이동통신 서비스를 활용한 다양한 유 · 무선 융합서비스를 통해 신시장을 창출하고 방송통신 융합시장의 리더십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홈 · 개인 · 기업고객 기반 사업을 바탕으로 컨버전스 사업을 추진하고 글로벌사업을 확대해 2012년까지 매출 22조원,영업이익 2조6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장기 성장전략인 '3 · 3 · 7 비전'도 발표했다. 2012년까지 △그룹 매출은 3조원 늘어난 27조원 △영업이익률은 3%포인트 높은 11.4% △유 · 무선통합(FMC) 가입자는 올해 말 예상치의 7배인 210만명을 각각 달성하고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KT는 이를 위해 초고속인터넷,집전화,인터넷전화,인터넷TV(IPTV) 등 기존 통신 · 방송 서비스를 인터넷프로토콜(IP)기반으로 결합해 홈 컨버전스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3세대 이동통신(WCDMA),와이브로(Wibro),와이파이(WiFi)간 끊김 없는 연동서비스를 제공하고 개방형 무선인터넷사업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범용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무선인터넷을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는 정액형 요금제도 내놓을 예정이다.

오는 11월엔 와이브로와 3세대 이동통신을 결합한 스마트폰을 선보인다. 음성통화는 3G로,무선인터넷은 와이브로를 사용함으로써 요금 부담을 낮추고 와이브로 시장도 활성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ICT 기업으로 도약

KT는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글로벌 통신기업으로도 변신하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아시아,중동,아프리카 지역이 주요 공략 대상이다. KT는 이미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의 NTC를 연해주 지역 1위 이동통신사업자로 성장시키며 글로벌사업에서 자신감을 얻었다. 지난해엔 우즈베키스탄에 와이브로 서비스도 시작했다. 와이브로와 U-시티를 두 축으로 검은 대륙 아프리카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최근 아프리카 르완다와 알제리에 사업수행을 위한 사무소를 각각 열고 아프리카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것이다.

KT는 현재 르완다 전국 30개시 및 인접 5개국 국경지역을 연결하는 국가 기간망을 깔고 있다. 수도 키갈리에서는 아프리카 최초로 와이브로망을 구축하는 등 2007년부터 총 577억원 규모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신도시 개발사업이 활발한 알제리에서는 시디압델라 신도시 개발사업에 U-시티 개념을 적용한 통신망 설계 및 구축사업도 벌이고 있다. KT 관계자는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성장성이 높은 신흥시장 위주로 와이브로,U-시티,초고속인터넷 등 KT의 강점 분야를 갖고 진출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유 · 무선 기반의 글로벌 컨버전스ICT 사업자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사 · 조직 개혁으로 체질변화

KT의 변신은 내부에서 이미 시작된 지 오래다. 이 회장은 취임 후 일하는 방식은 물론 조직문화,인사체계까지 모두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KT에 남아있는 공기업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신상필벌의 원칙을 굳건히 하려는 취지다. 이 회장의 이 같은 의지는 내부 비리와의 전쟁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투명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서울고등검찰청 정성복 차장검사를 윤리경영실장(부사장)으로 영입했고,정 부사장은 협력업체의 뒷돈을 받은 임직원 6명을 형사고발까지 단행했다.

KT는 합병을 계기로 홈 · 기업 · 개인 3개 부문에 사내독립기업(CIC · Company In Company)체제를 도입하는 조직 대변혁도 이뤘다. 책임경영을 위해 CIC별로 조직,인사,예산,경영평가,승진 등에 대한 권한을 부여하고 책임회계제도를 도입했다. CIC 간 경쟁을 정착시키고 경영효율을 높여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다. 공기업의 잔재로 여겨지던 인사체계에도 메스를 댔다.

연공서열식 인사제도와 호봉제를 전면 폐지하고 실적에 따라 임금 인상에 차등을 두는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것.각 부서에 지급하는 성과급의 차등폭도 150%로 확대해 직종 · 직급을 벗어난 내부 경쟁을 예고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