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회장이 이끄는 '통합 KT호'가 힘찬 항해에 들어갔다. 통합 KT는 개인고객(이동통신),홈고객(유선통신),기업고객 부문 등 3개 사내독립기업(CIC) 중심의 독립 경영체제로 운영된다.

이에 따라 기존 대외협력실과 홍보실을 통합한 CR부문장(부회장)과 3개 CIC 사장이 KT의 컨트롤 타워를 구성한다. 사업 조직인 CIC 사장에는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노장들이 배치됐다. 경영전략 · 인사 · 마케팅 · 법무 등 스탭조직에는 외부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했다. 업계에서는 통합 KT의 경영진 구성이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빛을 발하는 이석채식 스피드 경영

KT호의 선장인 이석채 회장은 KT가 '올 뉴(All New) KT'로 거듭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회장은 공기업 시절의 잔재로 남아있던 KT의 비효율적인 구조에 혁신적인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뿌리부터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며 이 회장이 보여준 변화의 바람은 회사 내부는 물론 통신업계가 놀랄 정도로 거셌다.

그는 1월14일 취임과 동시에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본사인력 3000명을 현장으로 보내는 등 대대적인 조직 수술에 나섰다. KT의 숙원이던 KTF와의 합병도 전광석화처럼 진행했다. 취임 6일 만에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선언,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회장은 SK와 LG 진영의 반대에도 불구, 특유의 뚝심으로 합병 작업을 밀어붙였다.

기민한 자사주 매입 발표로 주가를 부양시키는 데 성공했고,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의 까다로운 심의도 탈 없이 마무리했다. 전임 사장의 비리로 실추된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해 클린경영에도 적극 나섰다.

이 회장의 스피드 경영은 실적개선으로 이어졌다. 1분기 매출액은 유선전화 매출 감소로 전년 동기보다 6.5% 줄었지만 비용 절감 노력으로 영업이익은 15.4% 증가했다. 이 회장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합병을 진두지휘하면서도 내부적으로 낭비 요인을 제거하고 고감도 비용절감 노력을 기울인 경영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중량감 있는 야전사령관

대외협력 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CR부문장을 맡은 석호익 부회장은 국내 정보기술(IT)정책을 이끌어온 주역 중 한 명이다. 1992년 체신부를 시작으로 옛 정보통신부 전파통신국장,기획관리실장 등을 거쳐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을 지냈다. 폭넓은 인맥과 함께 대표적인 IT정책 브레인으로 추진력과 조정 능력도 갖췄다는 평가다.

KT 관계자는 "부회장 직급의 대외협력 수장을 임명한 것은 KT가 합병에 맞춰 본격적인 컨버전스 시대의 시장 리더십을 선점하고 정보통신 산업의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통신대전을 진두지휘할 '야전사령관'인 사업부문장도 중량감 있는 인사들로 포진시켰다. KT의 핵심 성장동력이 될 이동통신 사업을 맡은 김우식 개인고객부문장(사장)은 기술고시 14회 출신으로 KTF 창립 멤버다.

KTF 재직 당시 기획조정실장,마케팅부문장을 지냈다. KT에서는 비즈니스부문장,기술본부장 등을 거쳤다. 과감하고 공격적인 혁신을 통해 적자 계열사인 KT파워텔을 2년 연속 흑자 기업으로 전환시키는 등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무선사업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갖고 있어 합병 이후 조직 안정화와 연속성을 이어나갈 적임자라는 게 KT 안팎의 평가다.

서비스 · 마케팅 전문가로 쿡(QOOK)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노태석 홈고객부문장과 미국 벨연구소 출신으로 KT 네트워크를 진화시켜온 이상훈 기업고객부문장은 이제 사장으로서 유선통신 사업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외부 전문가 전진 배치

이 회장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여성을 전무급으로 영입하는 등 능력 위주의 인사를 단행했다. 이동통신 사업의 마케팅 전략을 총괄하는 개인고객전략본부장(전무)에 수학자 출신의 양현미 신한은행 마케팅전략본부장을 발탁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양 본부장은 KT 창사 이후 첫 전무급 여성 임원으로 미국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카드에서 고객관계관리(CRM)를 활용한 마케팅전략,고객관리,로열티 프로그램 등을 이끌었다.

KT의 최고정보책임자(CIO)를 맡은 표삼수 기술전략실장(부사장)도 외부 전문가 영입 케이스다. 표 부사장은 현대정보기술,우리금융정보시스템,한국오라클 사장을 역임해 대형 IT 프로젝트 추진 및 신기술 적용 경험이 있는 정통 IT맨으로 통한다. 올해 초 검사 출신인 정성복 부사장이 윤리경영실장으로 영입된데 이어 법무법인 태평양의 이상직 변호사가 윤리경영실 법무담당TFT 상무로 합류했다. 이 상무는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 재정과장을 지낸 통신 · 방송분야 전문 변호사다.

이 회장은 조직의 전략을 담당하는 표현명 코퍼레이트센터장(부사장),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연학 가치경영실장(전무),남규택 통합이미지전략담당(전무) 등 KTF 출신 임원을 요직에 기용,능력 위주의 인사 스타일을 보여줬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