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 중소기업 간 상생문화포럼(회장 정준양)이 오는 12일 오후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2층 오키드룸에서 열린다. 지식경제부와 중소기업청이 주최하고 대 · 중소기업재단(이사장 윤종용)이 주관하는 이번 포럼은 '한국형 상생협력모델 구축 및 상생문화 조성'이 주제다.

이 포럼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한국형 모델을 개발,문화적인 운동으로 전개하는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상생문화포럼의 슬로건은 '상생,한국경제의 가려진 경쟁력을 찾아서'이다.

이날 포럼은 △대기업 △중소기업 △정부 △학계 △경제단체 △연구기관 △금융기관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상생협력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상생문화 실천을 모색한다. 특히 포럼에서는 상생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상생문화 선포식'도 갖는다. 이번에 대 · 중소기업재단이 주축이 돼 각계 전문가들로 이뤄진 상생문화포럼을 결성한 것은 상생협력의 효과가 갈수록 증대되고 있는 데 힘입은 바 크다.

포스코와 제철설비 생산업체인 삼우기계가 합리적인 성과 공유 계약을 통해 고로 미분탄 취입 장비인 '랜스(Lance)'를 개발한 것이 대표적인 상생협력 사례로 꼽힌다. 섭씨 1200도가 넘는 고온의 열풍을 불어넣는 고로 내 풍구에 설치돼 미분탄을 공급하는 장비인 랜스는 수명이 약 5개월에 불과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포스코와 삼우기계는 공동으로 개선 활동을 추진,랜스의 수명을 종전 153일에서 519일(개선율 339%)로 높였다. 덕분에 재료비만 5억4000만원 정도를 줄였다. 이를 연간으로 계산하면 총 51억원을 절감하는 규모다. 포스코는 삼우기계에 상생협력에 따른 성과 보상으로 재료비 절감분 4억100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했다. 게다가 3년 장기계약도 약속했다.

LG전자는 PCB 동도금 라인을 PCB 제조용 약품 생산기업인 오알켐에 양도했다. 자금도 지원했다. 덕분에 LG전자는 관리비용을 절감하고,오알켐은 양산체제를 구축해 품질 및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삼성전자와 반도체 장비 업체인 아토도 대 · 중소기업 상생협력의 모범 사례로 들 수 있다. 삼성전자는 아토와 공동 기술개발을 통해 반도체 전공정 플라즈마 화학적 기상증착(PE-CVD) 장비와 반도체 및 LCD용 특수가스를 성공적으로 개발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연간 230억원의 외화 절감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상생협력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양쪽 모두에 이익을 안겨준다는 인식이 퍼지자 이를 문화운동으로 전개하기 위해 상생문화포럼을 결성하게 된 것이다.

대 · 중소기업협력재단은 중소기업연구원(원장 장지종)에 연구용역을 주어 상생협력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문화운동으로 정착시키기로 했다. 12일 상생문화포럼에서 발표할 중소기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상생문화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5개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대기업의 상생 의지가 필요하다.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누리기보다 협력업체를 상생협력을 통한 동반자적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협력 중소기업의 경영 역량을 향상시켜야 하며 대기업도 중소기업의 기술 및 노하우를 존중해줘야 한다. 셋째,상호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대기업의 일방적인 지원이나 의존은 바람직하지 않다.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사업 규모를 키워 미래 이익을 얻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넷째,커뮤니케이션이 확보돼야 한다. 상대방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위해 대화와 교류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섯째,합리적 계약을 맺어야 한다. 상생을 위해 구속력 있는 계약서를 꼭 작성하고 이를 이행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이날 이 같은 내용을 주제로 김승일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발표를 하고 6명의 상생 전문가들이 패널 토의를 벌인다. 패널 토의에는 윤현덕 숭실대 교수가 사회를 맡고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김병근 중소기업청 정책국장,박명길 포스코 상무,최용록 인하대 교수,한미숙 헤리트 대표 등이 참가한다.

포럼 결성을 계기로 대 · 중소기업협력재단은 상생 생태계를 구축하는 사업도 전개하기로 했다. 먼저 대기업이 협력 기업에 동일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상생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상생교육은 기술 향상 교육 외에 △경영관리 및 리더십 배양교육 프로그램 △국내외 대기업 및 중소기업 현장 체험실습 △대기업 임원 후견인제도(멘토링 제도) 도입 △정부 유관기관 인사들과 만남의 장 개최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벌일 예정이다.

홍석우 중소기업청장은 이번 포럼 결성에 대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며 "정부는 대 · 중소기업 간 구매상담회 개최,대기업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 지원,대기업 전문인력을 활용한 중소기업 경영자문 지원 등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상생문화포럼은 앞으로 일본 미국 독일 등 선진국의 상생 파트너십을 벤치마킹할 수 있는 조사연구 활동도 벌인다.

이치구 한국경제 중소기업연구소장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