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들이 쿠바 아바나 앞바다에서 그물을 던지고 있다. 작은 배를 타고 어부들은 매일 이 바다로 나온다. 하루라도 일을 안하면 먹고 살 수 없어서다.

오늘은 거대한 배가 어부들 옆을 지나간다. 전 세계의 큰 항구를 친선 방문하는 스페인의 범선이다.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흰 돛을 보면 어부들의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고단한 일상에서 벗어나 범선의 거대한 갑판에서 세상을 한번 내려다보면 얼마나 좋을까. 일손을 멈추고 그들은 은빛 범선이 바다를 가르며 만드는 물결을 바라본다.

배가 지나가고 어부들을 짧은 꿈에서 깨어난다. 넉넉하진 않지만 매일 그들에게 먹고 살 만큼의 양식을 선물하는 속 깊은 바다에 다시 그물을 던진다.

글=신경훈 영상정보부장/사진=아바나(쿠바)AP연합뉴스 nicer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