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로 외환보유액 143억弗 급증
외환당국이 시중에 방출한 달러를 회수하고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달러 표시 외환보유액이 급증했다.

한국은행은 5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이 2267억7000만달러로 4월 말에 비해 142억9000만달러 늘었다고 2일 발표했다. 이 같은 외환보유액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2396억7000만달러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월간 증가액으로 사상 최대다.

이처럼 외환보유액이 급증한 것은 외환당국이 은행 등에 풀었던 달러를 거둬들인 영향이 가장 크다. 한은은 지난달 만기가 돌아온 53억달러 가운데 47억달러를 회수하고 6억달러만 만기를 연장해줬다.

기획재정부 역시 지난달 30억달러가량을 회수해 외환당국은 지난 한 달 동안 77억달러 정도를 거둬들였다. 외환보유액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한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의 통화 스와프를 통해 시중에 공급한 달러도 지난달 30억달러 회수했다.

하근철 한은 국제기획팀 차장은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외화를 조달할 수 있는 데다 무역수지 흑자,외국인 주식 투자자금 유입 등으로 국내 외화유동성이 크게 개선돼 달러를 회수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지난달 달러 가치가 급락한 것도 외환보유액 증가에 보탬이 됐다. 지난달 유로화와 영국 파운드화가 달러 대비 각각 7%와 9% 올랐는데 이 때문에 외환보유액 중 유로화 및 파운드화 표시 자산이 달러 기준으로 증가하게 됐다는 얘기다.

한은과 정부는 국내 외화자금 사정 호전으로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풀었던 달러를 지속적으로 회수할 방침인 만큼 외환보유액이 조만간 리먼 사태 직전의 2300억~2400억달러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중국(1조9537억달러,3월 말 기준) 일본(1조115억달러) 러시아(3839억달러) 대만(3047억달러) 인도(2517억달러,이상 4월 말 기준)에 이어 세계 6위다.

일부에선 외환보유액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태준 금융연구원장은 "경제 위기의 핵심 원인인 글로벌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금융위기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며 "경상수입액 유동외채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 등을 감안할 때 환율이 하락 추세인 지금 1000억달러 정도의 외환보유액을 더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