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호르몬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던 2006년,플라스틱 밀폐용기를 생산하던 락앤락은 직격탄을 맞았다.

"우리 제품은 환경호르몬과 무관하다"고 소리 높여 외쳤지만 매출은 급감했다. 기업의 존폐마저 흔들리는 위기의 순간,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주부들이 발벗고 나서서 "이 기업 제품에서는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열심히 주변에 알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몇 년 전부터 운영되던 이 기업의 커뮤니티인 '락앤락 서포터즈(Lock & Lock Supporters)' 회원들이었다.

그 중에는 "잘못된 인식으로 업체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1인 시위를 하겠다"는 열성 회원도 있었다. 회원들의 자발적 행동은 주변의 큰 관심을 끌었다.

현재 14만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락앤락 서포터즈는 국내 비영리 여성 커뮤니티로는 가장 큰 규모로 발전했다. 국내 대기업뿐만 아니라 켈로그와 같은 글로벌 기업도 이 커뮤니티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정도다. 락앤락은 어떻게 이처럼 고객을 열렬한 팬으로 만들었을까.

하나. 회원과 고객을 분리해 생각하라.대부분 기업에서는 회원을 '고객'으로 여기고 제품 구매를 권하거나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다. 하지만 락앤락은 회원들이 커뮤니티를 방문해 즐길 수 있도록 할 뿐 홍보 활동을 일절 하지 않는다. 기업 측에서 아무런 홍보도 하지 않으니,오히려 회원들이 제품에 대해 먼저 물어온다. 자신에게 좋은 경험과 기회를 주는 기업과 제품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게 되고,이는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진다.

둘.회원을 위한 놀이터로 만들어라.락앤락 서포터즈 홈페이지는 회원들의 개인 블로그로 이뤄져 있다. 회원들은 블로그에 글을 올려 주부로서 또는 엄마로서 겪는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조언한다. 또 락앤락은 환경 캠페인,양로원 봉사 등 사회 활동은 물론 요리 교실,드라마 세트장 방문 등 주부들의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이처럼 온 · 오프라인 공간에서 함께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끄는 것이다.

셋.최소한으로 관여하라.락앤락 서포터즈에는 모든 커뮤니티 활동을 계획하는 운영위원회가 있다. 운영위원회는 회원 중에서 선발된 2인으로 구성되며,6개월 임기제다. 락앤락은 이들에게 월 30만원의 활동비,최신 휴대폰,휴대폰 사용료 등만을 지원한다. 커뮤니티의 주체적 운영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업체는 커뮤니티 매니저를 통해 의견을 조율하고 지원할 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자발적 운영을 통해 회원들은 '기업에 이용당한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않는다. 이로써 커뮤니티에 대한 애착도 자연스럽게 커지는 것이다.

고객을 제품 판매의 대상만이 아닌 함께 고민하고,함께 즐기는 파트너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락앤락은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14만명의 열렬한 팬을 얻을 수 있었다.

조미나 이사/이하연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