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차 핵실험 직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3남 김정운(26)을 지명하고,전 세계 해외 공관에 이를 통보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북한 당국이 김정운의 후계 선정 사실을 담은 외교전문을 해외 주재공관에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김정운이 지명될 가능성은 여러 차례 제기돼 왔지만 정부 당국이 공식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어제(1일) 정부로부터 북한의 후계구도에 변화가 있고 김정운을 내세워 충성맹세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1월8일 생일을 맞은 정운이 후계자로 내정됐다는 김 위원장의 교시를 노동당 조직지도부에 비밀리에 하달했다. 지난 4월 제12기 최고인민회의 1차회의에서는 정운이 북한의 핵심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의 지도원이 되면서 대북 전문가들은 정운이 후계자로 권력 승계 수순을 밟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공식 통보로 지난 1월 김 위원장이 정운을 후계자로 내정한 후 약 4개월여 만에 '후계자 김정운'이 북한 사회 내부적으로 공식화된 셈이다.

따라서 북한은 '정운 체제'를 굳혀나가기 위해 한동안 국가 역량을 총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최근 2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무력 도발을 펴는 것도 정운의 '업적 쌓기' 측면이 강하다"며 "북 지도부가 군과 국가안전보위부,노동당 등 주요 핵심 기관 간부들을 대상으로 '3대 세습'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사상학습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북한이 핵실험 후 평양시를 필두로 전국 각지에서 핵실험 성공을 축하하는 군중대회를 개최하고 최근 보위부와 노동당 등 주요 핵심 기관들 사이에서 정운에 대한 '충성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일각에선 정운이 노동당이나 국방위원회 등에서 중견 간부 직책을 부여받아 공식 후계자로서 정치 경력을 쌓아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도 13년간 김 위원장의 요리사를 지낸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의 회고록과 정운이 국방위원회 지도원이 된 점 등을 토대로 후계자로 내정된 것이 분명하다고 전했다. 타임은 작년 여름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김정일이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에게 북한 체제 전반을 관리하도록 했으며 김정운의 섭정 역할까지 수행케 했다고 전했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KIDA)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장성택은 김정일로부터 김정운으로 권력이 이양되는 과정에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성호/김미희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