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정부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 국제정치경제연구소 위융딩 소장의 입을 빌려 "미국은 중국이 미 국채를 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경고해 주목된다.

위 소장은 2일 베이징에서 중국을 방문 중인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과 만나 "미국은 국채에 대해 자기 과신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중국은 달러 외에 원자재나 유로화 등 투자를 대체할 수 있는 대상을 여러 개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 등 고위층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가이트너 장관에게 말하기 어려웠던 것을 위 소장의 입을 통해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위 소장은 위안화 평가절상론자로 잘 알려져 있으며,특히 해외에서 이름이 높은 중국의 대표적 경제학자다.

중국은 미 국채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국가이지만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로 인해 보유 중인 달러표시 자산 가치가 크게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 2월 "중국이 투자한 달러 자산의 안전성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가이트너 장관은 중국 지도부를 안심시키고 지속적인 미 국채 매입을 요청하기 위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지난달 31일 2박3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한편 중국은 기축통화 문제에선 달러화의 손을 들어주는 양동작전을 구사했다. 궈수칭 중국 건설은행장은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 달러화가 당분간 기축통화의 지위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장을 지낸 궈 행장은 "단기간에 미 달러화를 대체할 다른 통화를 찾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미국 경제가 경쟁력과 창의성 분야에서 1위를 지키고 있어 달러가 주요 통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을 새로운 기축통화로 삼자는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의 주장에 대해선 "SDR는 수년간 존재했고 모든 이들이 SDR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다"며 "사람들은 미국의 막대한 경상적자 때문에 달러 가치 하락을 우려하고 있지만 미국의 경상적자는 1970년대부터 시작된 오래된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