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틈새사업을 잡아라."

국내 중견 석유화학업체들이 불황 극복을 위해 사업다각화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대형 석유화학 회사들이 태양광 풍력 2차전지 등 막대한 투자비와 시간이 드는 신 · 재생에너지 분야로 잇따라 진출하고 있는 반면 이들 업체는 바로 매출과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국내외 틈새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주력 사업 분야에서 쌓아온 기술노하우와 경쟁사보다 한발 앞선 사업 추진으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정밀화학은 올 하반기 레이저프린터용 토너시장에 진출한다. 건축첨가제인 메셀로스가 주력 생산품목인 이 회사는 지난해 차세대 컬러프린터용 토너에 대한 연구개발을 마치고 울산에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우선 올 하반기 중 연간 3000t 규모의 1라인을 가동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내년 이후 울산공장이 풀가동하면 토너 부문에서 꾸준한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레이저 프린터용 토너시장 규모는 45억달러다. 삼성전자가 프린터 분야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어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관계자는 "토너 등 전자재료 부문의 매출비중을 꾸준히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장기적으로 전자재료 사업을 핵심 수익원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폴리에스터 칩을 만드는 웅진케미칼은 수(水)처리 필터와 디스플레이 관련 부품시장 개척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회사는 작년 말 세계 최초로 '내염소성 역삼투 분리막'을 개발했다. 가정용 정수기,산업용 필터,해수 담수 등에 사용하는 제품으로 수처리 공정 중 살균을 위해 투입되는 염소 성분에 대한 내구성이 기존 제품보다 6배 이상 높다. 매년 9% 정도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세계 역삼투 분리막시장 점유율을 높여간다는 전략이다.

웅진케미칼은 최근 국내 처음으로 직물을 접착한 LCD(액정표시장치)용 고휘도 편광시트를 개발했다. 고휘도 편광시트는 LCD의 밝기를 높이기 위해 백라이트 유닛에 사용하는 광학시트다. 그동안 미국 3M사가 독점하던 고휘도 편광시트 시장에 진출하면서 신규 매출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지난달 여수사업장에 인조대리석인 '엔지니어드 스톤'공장을 세웠다. 이 제품은 고순도 천연 규석이 주원료인 친환경 건축자재다. 기존 아크릴계 인조대리석과 비교해 가격이 2배 이상 비싸지만 자연스러운 질감을 갖고 있는 데다 열과 충격에 강해 미국 유럽 지역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고급 건축마감재 시장 공략을 위해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