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파산보호 신청 이후] '뉴GM대우' 활로 열렸지만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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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대우가 새롭게 출범할 '뉴 GM'의 일원이 됐지만 앞으로 갈 길은 첩첩산중이다. 관건은 GM의 글로벌 전략상 GM대우가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인가에 달려 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유동성 지원의 전제 조건으로 GM 본사에 'GM대우의 회생을 보장할 구체안'을 요구하고 있다.
◆유동성 위기 넘길까
마이클 그리말디 사장은 2일 서울 남대문로5가 밀레니엄힐튼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본사가 GM대우에 자금 지원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하지만 GM대우는 경차 및 소형차의 개발,생산,판매 주요 기지로서 '뉴 GM'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라며 "산은 등 채권은행이 장기적인 여신을 제공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GM대우는 파생상품 손실 등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약 1조원의 자금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회생할 능력이 있는 만큼 돈 떼일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골자인 셈이다. 이 부분이 GM대우 회생의 끈을 쥐고 있는 산은과 입장이 차이나는 대목이다. 산은 관계자는 "GM대우가 뉴 GM에 포함된 것은 향후 협상을 위한 기본적인 여건 조성일 뿐"이라며 "GM의 전략상 GM대우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은 측은 GM에 △GM대우를 그린 카 개발의 핵심 기지로 삼을 것 △라세티 프리미어의 라이선스를 GM대우에 넘길 것 등 구체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관계자는 "우리가 바라는 (자금 지원을 위한) 몇 가지 조건들을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산은의 요구에 대해 그리말디 사장은 "산은으로부터 몇 가지 추가 질문을 받았다"며 "향후 뉴 GM이 탄생할 60~90일 동안 양측이 수용할 만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돈을 빌리고자 하는 GM대우 경영진과 돈을 빌려줄 명분을 찾고 있는 산은 간 수싸움이 몇 개월간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 지켜보는 정부
정부는 GM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국내 부품업체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경우 별도의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지만 GM대우에 대한 직접 유동성 지원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임채민 지식경제부 제1차관은 2일 "당분간 상황을 지켜본 뒤 필요시 정부가 부품업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보증펀드를 통해 GM대우 부품업체에 유동성을 지원해 왔지만 GM 파산으로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추가 대응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임 차관은 그러나 GM대우에 대한 지원 여부에는 "미국 법원의 파산보호에 대한 승인이 나고 이후 '뉴 GM'이 출범하기까지 3개월가량 걸리기 때문에 구체적인 대응책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그는 "GM대우를 지원해 달라는 미국 정부의 요청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GM대우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유동성 지원 조건을 놓고 이제 협상을 시작한 단계"라며 이 같은 입장을 확인했다. 산은 관계자는 "GM대우가 뉴 GM에 편입된다는 것만으로는 자금 지원을 하기 어렵다"며 "GM대우를 글로벌 핵심 자산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뉴 GM 경영진의 책임있는 보장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GM 파산 승인시 채권채무 동결로 GM대우가 받을 1조원가량의 판매대금까지 수개월간 묶일 가능성과 관련,"미국 GM으로부터 받을 돈은 700억원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라며 "미수금 문제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 글로벌 소형차기지 될까
GM대우는 GM의 글로벌 전략상 어떤 역할을 맡을까. 앞으로의 위상과 역할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GM대우가 중국 멕시코 브라질 등 GM의 다른 해외 생산공장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올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상하이GM이 수출을 염두에 두고 현재 100만대 규모인 생산능력을 5년 후 두 배로 늘리기로 한 게 단적인 예다. 상하이GM은 라세티 프리미어의 중국 내수용 엔진을 자체 생산하고 있을 정도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GM은 최대한 낮은 비용으로 차를 만들 수 있는 해외 공장을 선호할 것"이라며 "상하이GM과 GM대우가 글로벌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 빚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GM은 올초부터 GM대우에 중국 수준으로 생산 단가를 맞추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GM이 지난달 미국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시간당 임금에서 한국(GM대우)이 22달러인 데 비해 중국과 멕시코는 각각 5달러,3달러였다"고 지적했다.
뉴 GM 본사가 미국 내 소형차 생산에 뛰어들겠다고 공언한 것도 GM대우의 위상에는 악재다. 그리말디 사장은 이날 "미국 유휴공장 가운데 한 곳을 경차 및 소형차 전용 공장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GM은 2012년까지 미국 내에서 16만대의 소형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소화할 수 있는 소형차가 연간 20만대 수준"이라며 "반조립 수출을 GM대우가 담당하면 다행이겠지만 대(對) 미국 완성차 수출에서는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상민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GM 글로벌 네트워크 아래에서 GM대우의 역할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고임금과 저가 소싱 능력의 한계로 인해 미국 공장에서 소형차를 대량 생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뉴 GM이 중국 등 아시아 시장 공략을 밝힌 것 등을 감안하면 중국에 인접한 GM대우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그리말디 사장은 구조조정 계획과 관련해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