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아세안 정상들은 2일 제주 서귀포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이틀간 일정의 특별정상회의를 마치고 40개항의 공동성명을 내놨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2세션에서 금융위기,녹색성장 등 주요 이슈에 대한 자신의 비전과 철학을 아세안 정상들과 공유하는 데 주력하며 다방면에서 협력을 이끌어냈다. 무엇보다 남북한 동시수교국인 아세안 10개국이 북핵실험을 규탄하는 성명에 동참했다는 게 정상회의의 큰 성과로 꼽힌다. 이 대통령으로선 아세안과 경제 및 안보 협력,두 토끼를 잡은 셈이다.

◆녹색성장 전진기지로

이 대통령은 2세션에선 금융위기 극복과 녹색성장 비전을 집중 설명했다. 우선 아시아 채권시장 발전을 위한 구상을 내놨다. 이 대통령은 "한 · 중 · 일과 아세안 10개국은 전 세계 외환 보유액의 약 55%인 3조7000억달러를 보유하고 있으나 주로 아시아 지역 밖의 채권을 매입하는 데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시아의 재원이 역내에 재투자돼 수익을 창출하는'역내 자본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며 발행채권의 신용을 보증하는 기구를 조속히 출범시키자고 제안했다. 아시아 국가들이 외환보유액으로 미국 국채만 살 것이 아니라 역내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발행하는 채권에도 투자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공동성명엔 2003년 한국이 제안했던 '아시아 채권시장 발전방안(ABMI)'의 강화를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세안 정상들은 또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조성되는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 기금(CMIM)'의 이행을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촉구했다.

녹색성장과 관련,이 대통령은 "아세안 10개국의 탄소배출량은 주요 배출국의 3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면서도 조림사업,청정에너지 개발 등을 통해 전 세계 녹색성장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한 후 한국의 전략과 결합해 지구의 녹색성장 전진기지로 만들자고 제의했다. 그러면서 동아시아 기후 파트너십을 통한 2억달러 지원 계획을 내놨으며 아시아산림협력기구 창설을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한 · 아세안은 서로 관심과 이해를 나누는 따뜻한 이웃,공동번영을 향해 나아가는 공동 동반자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아세안은 중국과 EU(유럽연합)에 이어 우리의 3대 교역대상국인데 통합이 예정된 2015년엔 EU보다 앞서가는 시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과 수교한 아세안,북한 규탄

한 · 아세안 정상들은 공동성명과 별도의 언론성명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6자회담 합의 및 유엔 안보리 결의의 위반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아세안 국가들은 북한과 수교했고,캄보디아 등은 북한의 우방이었기 때문에 한 목소리로 북한을 규탄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7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과 관련해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을 의장성명에 포함시키려다 실패한 바 있다.

서귀포=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