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을 비롯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재무구조 개선 약정 체결 소식에 힘입어 동반 급등했다.

이번 약정 체결로 인해 그동안 주가 상승을 가로막았던 그룹의 유동성 우려가 크게 줄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핵심 계열사인 대우건설은 인수 · 합병(M&A) 기대감까지 높아지며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되고 있다. 다만 대우건설이 매각될 경우 대우건설의 주주인 금호 계열사들엔 단기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일 증시에서는 대우건설이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1만2800원으로 치솟은 것을 비롯 금호석유(8.59%) 금호산업(2.46%) 등 금호아시아나 계열사들이 동반 상승세를 탔다. 최근 대기업 구조조정의 핵심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산업은행과 유동성 확보 문제 해결의 접점을 찾은 데 따른 것이다.

금호는 전날 산은과 유동성 악화 논란의 진원지로 지목됐던 4조원 규모의 대우건설 풋백옵션(투자자들이 인수한 주식을 되팔 수 있는 권리) 문제를 2개월 안에 처리키로 합의했다. 다만 7월 말까지 새로운 재무적 투자자(FI)를 찾지 못 할 경우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사모펀드(PEF)에 대우건설을 매각하기로 조건을 달았다.

이번 약정에 따라 M&A 가능성이 부각된 대우건설은 지난 1월7일 이후 5개월여 만에 상한가를 기록하며 큰 관심을 모았다. 대우건설은 이번 재무구조 개선 약정에 따른 가장 큰 수혜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이광수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대우건설이 산은 PEF에 매각되면 금호그룹에 지원하는 리스크가 없어지는 만큼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상한가까지 올랐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전날까지 그룹의 유동성 우려로 인해 올해 코스피지수 상승률(22.2%)보다도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여 왔다.

조주형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금호아시아나에 편입되면서 대한통운 인수에도 참여해 재무구조에 부담이 됐는데 그러한 요인들이 해소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선 대우건설 매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우건설을 쉽게 포기하지 않고 있어 현재로선 주가 불확실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규원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새로운 FI를 찾는다고 해도 대우건설을 계속 보유할 경우 풋백옵션에 대한 부담 때문에 대우건설 주가가 풋백옵션 가격인 3만1500원 선까지 회복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기적으로 그룹의 유동성 해소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금호석유와 금호산업 등 주요 계열사들도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대우건설이 실제 매각된다면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부담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광수 연구원은 "대우건설을 매각하게 되면 대우건설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금호석유화학이나 금호타이어 금호산업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 계열사들은 인수 가격보다 크게 낮게 넘겨야 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악영향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현재 대우건설 지분은 금호산업이 18.6%로 가장 많고 금호타이어(5.6%) 금호석유(4.4%) 아시아나항공(2.8%) 순이다.

이번 재무구조 개선 약정에서 매각 대상에서 제외된 대한통운은 M&A 기대감이 소멸되면서 1.26% 하락 마감했다.

조진형/정인설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