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가구나 고가의 가전제품에는 얼마 동안의 무료 애프터서비스(AS) 기간이 제공된다. 구입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는 소비자에게는 다른 물건으로 바꾸어주거나 환불해주기도 한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사후관리 서비스를 환영하지만 공급자에게는 그에 소요되는 비용이 적지 않은 부담이다. 생산자가 제품의 사후관리를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것은 그만큼 품질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도 AS가 제공되는 상품은 그렇지 않은 상품보다 양질일 것이라고 믿고 안심하고 구입한다. 사후관리 약속은 상품의 품질과 내용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성공적으로 전달하는 신호(signal) 역할을 한다.

경험재에 대한 사후관리 강화는 매출 확대를 위한 공급자의 마케팅 전략이기도 하다. AS에 투입되는 실제 비용은 고객별로 다르지만 AS에 들어가는 총비용은 해당 상품의 전체 수량으로 나누어 가격에 반영된다. 소비자들은 상품 한 단위에 일정하게 반영된 AS 비용을 보험료로 지급하고 상품에 문제가 발생하면 보험 혜택을 받듯이 AS를 받는 것이다. 상품의 내용과 품질에 대해서 잘 모르는 소비자들이 그에 대한 정보와 사후보장을 얻기 위하여 치르는 대가가 바로 AS 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경험재의 공급자들이 자발적으로 AS를 시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자발적 서비스가 소비자를 보호하는 데 미흡하다고 판단한 정부는 '제조물책임법'을 입법 시행함으로써 공급자들이 소비자들에게 AS는 물론 자신의 생산품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도록 규제한다. 아파트의 하자보수를 의무화하는 주택법도 그 본질은 제조물책임법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정부 조치는 소비자 보호를 목표로 삼지만 경제적으로는 정보비대칭성에 따른 시장 실패를 보정하는 효과를 거둔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임무도 마찬가지다. 식약청은 신약을 인증하고 시중에 유통되는 약품이나 식품을 감시한다. 수시로 무작위적으로 제품을 수거해 검사한 다음 기준 위반 제품은 압수 폐기하고 해당 사업자를 처벌하는 등 엄격히 규제한다. 최근의 멜라민이나 석면 탤크 소동에서 보듯이 식약청은 항시 시장을 감시하고 불량 식약품을 걸러냄으로써 식약품 시장의 정보비대칭성 문제를 해소한다. 사람의 육안으로는 도저히 진위를 식별할 수 없는 아스피린이나 소화제 등 의약품이 시장에서 별 문제 없이 거래되는 것은 식약청의 활동 덕분이다.

그러나 공급자의 AS 제공이나 정부의 상품품질 관리 등의 조치만으로 정보비대칭에서 오는 시장 실패를 모두 보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보비대칭성은 한쪽만 알고 있는 정보를 다른 쪽에까지 알림으로써 해소시킬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러한 정보 전달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적지 않다. 정보를 전달받는 쪽이 전달하려는 쪽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면 정보 전달이 불가능하고 정보비대칭성은 결코 해소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