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이후 가속 페달을 힘차게 밟아 오던 증시가 한 달 이상 박스권에서 숨을 고르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경기와 기업이익 회복 기대감 등이 코스피지수를 1400선까지 끌어올렸지만 지수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증시 분석가들은 실물 경제의 가시적인 회복 조짐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기 전에는 시장이 체력을 비축하며 재상승 기회를 엿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외국인과 개인의 대기 매수세가 강해 조정이 오더라도 1300선 이상에서 지지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시장이 방향성을 탐색하는 국면을 이어갈 경우 외국인 선호주와 실적 개선주,자산가치 우량주 등 조정을 견딜 수 있는 종목에 집중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외국인 매매동향 점검은 필수


연초 1000~1200 사이 박스권에서 맴돌던 코스피지수를 1400대까지 밀어올린 주인공은 외국인이다. 2월 유가증권 시장에서 8600억원가량 순매도했던 외국인은 3월 1조2700억원 순매수한 데 이어 4월 4조2000억원,5월 4조1300억원 순매수로 '바이 코리아'에 나섰다.

백효원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4일 "펀드 환매 압력으로 투신 등 기관의 매수 여력이 약한 상태여서 당분간 외국인의 매매 향방이 시장 흐름을 좌우하는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며 "외국인이 관심을 갖고 있는 전기전자 금융 운수장비 건설 등의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외국인들이 집중 매수한 종목들은 시장 평균보다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이고있다. 지수가 본격 상승한 3월3일부터 5월 말까지 약 3개월간 외국인 순매수 상위 30종목 가운데 삼성엔지니어링(112.6%) LG전자(73.9%) GS건설(72.6%) SK에너지(51.4%) 롯데쇼핑(50.0%) 등은 이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37.0%)을 크게 웃돌았다.

◆2분기 실적호전주 주목

'실적은 영원한 테마'라는 증시 격언처럼 안개 장세에서 역시 기댈 곳은 실적이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수가 횡보할 경우 개별 종목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마련"이라며 "특히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에 대한 접근이 유효한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삼성증권은 올해 2분기에 실적 개선이 두드러질 대표적인 업종으로 정보기술(IT) 자동차 은행 등을 꼽았다.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업종은 글로벌 구조조정 과정에서 살아남은 국내 대표주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증권은 2분기 실적호전 대표주로 대한유화 두산 동아제약 대한항공 영원무역 한국타이어 CJ제일제당 CJ인터넷 삼성전자 등을 제시했다.

경기가 빠르게 살아나고 있는 중국 수혜주도 관심이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민간소비 확대로 오리온 농심 신세계 CJ오쇼핑 등 음식료품주와 유통주,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업체,엔씨소프트 네오위즈게임즈 등 게임주 등이 새로운 중국 수혜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든든한 자산가치 우량주

증시가 연중 저점 대비 40% 이상 급등했다는 점에서 저평가 주식에 관심을 가지라는 주문도 있다. 신일평 대우증권 연구원은 "북한의 무력 위협과 외국인의 공매도 가능성 등 단기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 많아 당분간 공격적으로 투자하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시장의 뉴스에 흔들리지 않는 저평가된 가치주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신 연구원은 성장성을 갖추고 있으면서 자산 가치가 높은 종목의 기준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 5% 이상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증가율 플러스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등을 제시했다.

이 기준을 충족시키는 종목으로는 유가증권시장에선 한신공영 대한제당 무림페이퍼 대한제강 한진중공업 SK LG파워콤,코스닥시장에서는 휴맥스와 인탑스 등이 꼽혔다.

IBK투자증권도 PBR 부채비율 등이 낮으면서 유보율과 시가총액 대비 현금 비율은 높은 자산가치주를 주목하라고 권했다. 여기엔 대우차판매 기업은행 삼성테크윈 한국전력 삼천리 LG파워콤 KT 등이 관심 종목에 포함됐다. 이 증권사의 곽현수 연구원은"지수는 많이 올랐지만 여전히 저평가된 기업이 많아 PBR 부채비율 유보율 등 재무 상태를 꼼꼼히 점검하면 숨어 있는 종목을 찾아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