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해운 물동량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건화물선 운임지수(BDI)가 시장의 예상을 훌쩍 넘어서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BDI는 전날보다 425포인트(10.35%) 오른 4106을 기록, 지난해 9월 이후 8개월여만에 4000선을 회복했다. BDI는 3일에도 4.5% 급등 4291포인트로 전날보다 4.5% 급등하며 23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BDI는 5월초만 하더라도 2000 이하에 머물렀다.

이같은 BDI의 급등세는 중국이 4조 위안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을 앞세우면서 중국의 원자재 수입이 크게 늘어난데다 노후 벌크선 해체량 증가, 조선사 부실에 따른 벌크선 수급 부족 등이 맞물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기 선행지표 중 하나인 BDI의 급등으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지만 아직 추세적인 상승보다는 단기적인 강세로 보는 시각이 많다.

서진희 SK증권 연구원은 "이미 BDI가 큰 폭으로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단기적 강세 요인이 강한 상황이지만 추세적 상승국면으로 보지 않는다"며 "BDI가 6월중 강세를 보이다 이후 약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 연구원은 "1~4월 중국의 철광석 수입량과 조강생산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22.8%, 0.7%증가했다. 중국의 경기부양 효과와 글로벌경기 등에 따라 가변적이지만 하반기 수입량은 상반기에 비해 줄어들 전망"이라며 "케이프사이즈 신조선 인도도 7월부터 본격화될 예정이고 BDI상승으로 선박 해체 속도도 둔화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BDI 선물도 추세적인 상승세를 점치고 있지 않는 모습이다. 박승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달까지 콘탱고(선물이 현물보다 비싼 상태)를 유지했던 BDI 선물은 최근 한 달 사이 큰 폭의 백워데이션(현물이 선물보다 비싼 상태)로 전환했는데 최근 BDI 급등이 앞으로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장 참여자들의 시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처럼 BDI의 조정 가능성이 있지만 일부 해운업체와 조선사들은 수혜가 기대되고 있다.

전재천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BDI 급등은 수주잔고 중 벌크선의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 장기적인 추세는 장담할 수 없다 하더라도 현재의 BDI 수준은 조선사에 긍정적인 것은 분명하다"며 "만약 BDI 선물 2010년 만기물이 3000 이상에서 지속적으로 거래가 된다면 수주잔고의 벌크선에 대한 선주들의 계약해지, 납기연기, 중도금 연기와 같은 계약 변경 요구들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애널리스트는 "BDI 3000 이상이 유지되고 선물 BDI 또한 3000 이상이 된다면 수주잔고 중 벌크선의 비율이 40%로 가장 높은 STX조선해양이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생산량 대비 재고가 많아 하반기 조정 가능성은 있지만 운임 하락 시에도 BDI 2000 이상의 운임은 유지될 것으로 예상돼, 벌크선사 유동성 위기 우려도 덜어 줄 것으로 판단된다"며 탄력적인 선대운영으로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실적회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STX팬오션을 최선호주로 추천했다. 대한해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