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에서 9전 9승으로 금메달을 딴 야구팀처럼 한국형 융합 전략을 세워라."

경제학의 대중화를 이끌어온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는 《세계 경제전쟁,한국인의 길을 찾아라》에서 우리 경제의 미래 전략을 이렇게 표현한다.

당시 한국 야구팀이 미국 일본 쿠바팀을 꺾고 승리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미국은 야구의 종주국이고,일본은 우리보다 40년이나 먼저 야구를 시작했으며,쿠바는 아마추어 야구 세계 최강이었다. 한국팀은 쿠바나 미국팀에 비해 키,덩치 등의 '비교우위'가 없었다. 그럼에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보이지 않는 '경쟁우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송 교수는 이 경쟁우위의 핵심 중 하나가 '융합전략'이라고 설명한다. 미국의 '힘의 야구',일본의 '섬세함의 야구',한국의 '될 때까지 하는 야구'를 잘 융합해서 이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비교우위는 체격처럼 눈에 보이는 조건이 결정하지만 경쟁우위는 두뇌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전략이 결정한다. "

한국인은 1㎢에 500명이 살 정도로 인구밀도가 높고 자연자원이 부족하며 4대 열강에 부대끼는 등 태생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환경 요인을 감안해 우리만의 독특한 전략을 찾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일류 국가가 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인구 46만명으로 1인당 국민소득 세계 최고 수준인 룩셈부르크,글로벌 경쟁력 최고인 스위스와 싱가포르,1991년 소련연방에서 분리되어 가장 짧은 기간에 1인당 소득 2만달러가 넘은 슬로베니아,세계 최강 미국,세계 제2의 경제대국 일본,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 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이들은 모두 시장경제를 잘한 나라들이다. 시장경제를 잘한다는 것은 생산자,소비자 및 정부 등의 경제주체가 자본주의 시장경제규칙을 철저히 지킨다는 얘기다. "

그는 또 "민간 싱크탱크를 세계 일류 수준으로 육성해야 한다"면서 "우리도 스위스의 세계경제포럼이나 국제경영개발원과 같은 세계 수준의 국가 경쟁력 연구기관을 키우자"고 제안한다.

그의 분석처럼 우리는 많은 분야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 수 있는 위치에 와 있다. "세계 3대 조선회사가 우리 기업이고 선박 건조 기술도 세계 최고이기 때문에 조선산업의 국제표준은 우리가 정할 수 있다. 세계 4대 고속철도 기술 보유국으로서 이에 관한 국제표준화도 주도할 수 있다. 경제뿐만 아니라 태권도와 양궁,바둑 분야에서도 우리가 표준을 정할 수 있다. "

그는 "피겨 퀸 김연아,수영선수 박태환,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최고 수준의 인재가 나오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위기를 기회 삼아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시기"라고 역설한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