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롤렉스,까르띠에 시계나 자랑할 줄 알지 와인은 안중에도 없다. "

최근 와인 종주국 프랑스에선 와인 생산자들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바로 자국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 때문이다. 사르코지 정부는 와인의 알코올이 각종 암을 유발한다는 내용의 책자를 배포하며 반(反)와인 정책을 펴고 있다. 남부 론 지역 와인생산자협회인 '인터론'의 크리스티앙 에티엔느 마케팅수석은 "사르코지가 대통령이 된 이후 공식석상에서 와인으로 건배하는 사진이 보도된 적이 없다"며 "정부가 미디어에 술이 노출되는 것을 규제하며 와인산업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에는 '루와 에뱅(Loi Evin)'이란 법이 있다. 1991년 당시 사회보건부 장관인 클로드 에뱅이 주도한 국민건강보호법으로,주류 · 담배 광고 규제가 골자다. 이 법이 2007년 5월 사르코지 정부가 들어서면서 강력하게 적용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의회에선 주류 · 담배 구매연령을 만16세에서 18세 이상으로 높였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술 판매금지 시간도 오후 10시~오전 6시에서 오후 6시~오전 8시로 확대됐다. 심지어 술집에서 판촉용 술 시음행사까지 금지했다가 논란 끝에 허용하기도 했다. 지금은 인터넷과 광고,각종 글에서 술 소비를 조장하는 내용을 금하는 것까지 논의 중이다.

역대 프랑스 대통령들의 와인 사랑은 각별했다. 프랑수아 미테랑은 와인 지식이 해박하기로 유명했고,자크 시라크 시절에는 와인 때문에 외교마찰까지 빚었다. 1999년 이란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을 앞두고 만찬에 와인을 올리는 것을 이란 측이 무슬림율법을 들어 반대하자 국빈만찬을 취소하기도 했다.

리옹(프랑스)=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