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균 < 조달청장 >

품질경영에 관한 20세기 최고의 대가는 미국의 통계학자였던 에드워즈 데밍이다. 2차대전 후 맥아더 장군의 통계고문으로 일본에 파견된 그는 일본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품질관리의 중요성을 설파하면서 "내 말대로만 하면 수년 안에 일본제품이 세계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품질을 중시하는 데밍의 철학은 일본경제의 부흥에 큰 기여를 했다. 그의 예언대로 일본은 서서히 미국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설수 있게 되고 1980년대 들어 일본식 경영이 풍미하게 된다.

세계 각국은 정부차원에서 자국 기업의 품질 향상을 지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조달청도 연간 15조원에 이르는 조달물품의 품질 향상을 위해 2년 전 '품질관리단'을 출범시켰다. 조달물품의 샘플링 점검을 통해 제조단계에서부터 불량품 발생을 최소화하고 있다. 또한 납품이 이뤄진 후에도 '조달품질신문고'를 통해 접수된 물품의 하자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종합품질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 같은 품질 향상 노력은 조달청이 능률협회에서 주관하는 올해 글로벌스탠더드 경영대상(품질부문) 수상이란 결과로 나타났다. 불과 3년 전 불량 국민방독면 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했던 것이 엊그제 일 같은데 이번에 품질로 대상을 받은 것이다. 공공조달하면 으레 품질이 떨어지는 물건을 공공용으로 싸게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 정부조달시장에서 국내 유수 민간기업들과 당당히 경쟁해 정부기관 최초로 품질부문 대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이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

불황기 최고의 경쟁전략은 '품질'을 통한 고객만족경영이다. 조달청도 효율적이고 투명한 조달행정 수준을 뛰어 넘어 고품질의 물품이 거래되는 양질의 조달시장을 제공함으로써 그 안에서 기술과 품질 경쟁력을 갖춘 우수한 조달업체가 육성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하나의 기업이 관수(官需)시장에서 시작해 국내 민수(民需)시장을 거쳐 점차 글로벌 브랜드기업으로 성장해 세계시장을 누비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