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다가는 3류,4류로 전락할 수 있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5일 전 계열사에 방영된 사내방송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건희 전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했던 프랑크푸르트 선언이 나온 지 16년이 되는 7일을 앞두고 진행된 기념방송에서다. 이 부회장뿐 아니라 신경영 16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사내방송에 출연한 삼성의 현직 경영진은 하나같이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기로에서 위기의식이 있었기에 외환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며 "IMF를 맞아 변화를 시도한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삼성이 체질변화를 준비했기 때문에 IMF를 도약의 기회로 삼을 수 있었다"며 선제적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위기의식을 기본으로 한 신경영의 가치는 '절대 불변'이라고 강조했다.

이상대 삼성물산 부회장도 "끊임없는 위기의식이 신경영의 본질"이라며 "신경영은 위기를 극복하는 삼성이 가진 고유의 해법"이라고 해석했다. 김순택 삼성SDI 사장은 "소프트 경쟁력 강화,인재와 핵심기술 확보가 위기를 넘어서는 관건"이라며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삼성이 이건희 전 회장의 신경영을 재차 강조하고 나선 것은 조직의 이완된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전 회장 퇴진 후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거론했던 '리더십의 위기''미래 먹거리의 위기''브랜드의 위기' 등 3대 위기가 지속되고 있지만 삼성에는 위기 타파를 위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것.도약의 계기가 됐던 이 전 회장의 신경영 정신을 재차 강조함으로써 긴장감을 불어넣으려는 의지가 담겼다는 관측이 나온다.

방송은 이 전 회장의 말(2007년 신년사) 로 끝을 맺었다. "안팎에서 밀려오는 도전과 변화의 파고는 더욱 높아지고 그 속에서 영원한 1등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세계를 향한 우리의 목표는 크고 원대합니다. 미래에 대한 신념과 열정,창조적 혁신과 도전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앞날은 더욱 힘차고 밝을 것입니다. "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