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단 한번도 상가 투자를 해 본 적이 없다는 중소기업 사장 김모씨는 얼마 전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있는 17억원짜리 상가를 매입했다. 제2롯데월드 예정부지 인근에 자리 잡은 근린상가다. 점포에서 장사를 하겠다는 사람이 정해져 있어 구입과 동시에 꼬박꼬박 월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수익률은 6~7%대로 높다고는 할 수 없지만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은행금리를 감안하면 괜찮은 투자였다는 게 김씨의 생각이다. 김씨는 나중에 시세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입지여서 단순히 현재 월세 수준만 봐서는 안 된다고 믿고 있다.

지난 2월부터 분양에 들어간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파트너스타워2차 아파트형 공장의 상가도 최근 들어 분양률이 높아지고 있다. 분양 초기만 해도 누구 하나 사겠다는 사람이 없었지만 4월 이후에 1층 점포 5개 가운데 3개 점포가 주인을 찾았다. 공급면적이 100㎡형 안팎으로 분양가가 6억원에 이르지만 계약자들은 크게 망설이는 기색이 없었다. 분양대행을 맡고 있는 박준형 소장은 "지금도 하루 1~2명씩은 분양 문의를 해오고 있어 상가 분양시장이 회복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꽁꽁 얼어붙었던 상가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지난달 대한주택공사가 판교신도시 서판교에서 공급한 단지 내 상가(17개)는 단 한 건의 유찰도 없이 모두 매각됐다. 낙찰가율(내정가 대비 낙찰 금액 비율)도 121%를 기록했다. 지난 3월에는 서판교보다 입지가 더 좋은 것으로 평가되는 동판교 낙찰률이 63%를 보이며 침체기를 겪었지만 이번에는 80억여원이 몰리면서 모두 팔려나갔다. 내정가가 4억7400만원이었던 A9-2블록 점포는 6억7299만원에 낙찰돼 낙찰가율이 142%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춘우 신한은행 부동산센터 팀장은 "자금여력이 풍부한 PB고객들도 임대수익과 시세차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상가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연초보다 상담건수가 70~80%가량 늘었고 실제로 현장을 둘러보겠다는 고객도 많다"고 소개했다. 그는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시장이 형성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상가수요가 늘어난 것만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자리잡고 기다리는' 투자가 정답

상가투자에 나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상권 발전 가능성을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리잡고 기다리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춘우 팀장은 "단국대 부지를 개발해 임대분양한 한남더힐이 인기를 끌어 주변 상가를 찾았더니 이미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상가매입 문의를 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투자를 하려면 이렇듯 남들보다 한발짝 앞선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남더힐 인근 상권은 단국대가 이전하면서 상권이 크게 위축됐지만 고급 아파트 수백채가 입주하면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반면 유동인구나 소비여력 감소를 예상치 못하면 호된 경험을 각오해야 한다. 최근 문을 닫은 북창동의 한 횟집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10월 영업을 시작한 이 횟집은 반년 만에 2억5000만원의 손실을 입고 장사를 접었다. 삼성그룹 본사가 강남 서초타운으로 옮겨간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던 탓이다. 이용객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씀씀이도 약해진다는 사실을 간과해 많은 손해를 보고 말았다.

발전 가능성을 우선시하는 투자전략 측면에서는 지하철 신설이 예정된 곳을 선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춘우 팀장은 "옛 나산백화점이 있는 강남구청역 사거리나 강남 교보타워에서 코엑스로 이어지는 지하철 9호선 2차 개통 구간 등에 미리 자리를 잡아볼 만하다"고 추천했다.

◆좋은 상가 고르는 5가지 원칙은?

좋은 지역을 골랐다고 해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상가시장의 승부는 세부적인 입지에서 결판나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좋은 상가를 고르는 5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바로 △지대가 낮은 곳 △대형 맥도날드나 스타벅스 가는 길목 △퇴근길 △소비여력을 갖춘 유동인구 △튼튼한 배후단지 등이다.

첫 번째로 지대가 낮은 곳이어야 한다는 것은 고객의 동선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기 때문이다. 오르막을 지나 상가에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형 패스트푸드점이나 유명 커피숍으로 가는 동선이나 대형 할인점의 교차로 같은 곳도 괜찮다. 음식과 커피를 마시는 길에 소비할 수 있고 대형 할인점 교차로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가게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출근길은 유동인구와 상관없이 사람들이 빠르게 지나가기 때문에 주목받지 못한다. 퇴근길 상가를 노려야 한다.

무엇보다 유동인구의 특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남대문 시장은 사람들이 많이 다녀도 장사가 안 된다고 울상이지만 청담동의 갤러리 상가들은 유동인구가 적어도 잘 버틴다. 어떤 사람들이 상가를 지나가고,얼마나 돈을 쓸 수 있는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배후단지가 튼튼하다는 것은 단순히 주변에 아파트가 많이 있다는 뜻이 아니다. 여성비율이 높고 연령이 30대 이하인 곳이 유리하다. 6년 동안 스타벅스 점포 개발에 참여했다가 신한은행으로 옮긴 최성호 부동산전략팀 과장은 "커피숍을 낼 때 10대 위주로 이뤄진 상권은 쳐다보지 않는 것처럼 매입하고 싶은 상가의 특징을 잘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가시장이 살아나고 있다고 해도 차별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도 염두에 둬야 한다. "싸니까 한번 사볼까"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다면 임차인이 붙지 않아 월세도 못 받고 매입했던 가격보다 더 싸게 팔아야 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쇼핑몰은 관심에서 제외하는 게 안전하다고 충고한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