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광주공장에 처음 들르는 사람들이 꼭 한번은 되돌아보고 넘어가는 게 있다. 바로 공장 입구에 적힌 표어다. '악착같이 될 때까지 끝까지.' 처음엔 다소 과격하다 싶은 인상을 받지만 LG이노텍을 돌아보고 나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일등하겠습니다!

지난 2002년만 해도 LG이노텍은 '미운오리 새끼'였다. 당시 구원투수로 투입된 경영자가 허영호 사장이다. 허 사장이 살펴본 임직원들은 자신감이 부족했다. 오랜 적자에 "해보겠다"는 의지와 투지가 부족했던 것.그때 만들어진 것이 이 표어다. 발표를 할 땐 외부 손님이 오더라도 '일등하겠습니다!'라는 말로 시작했다. 처음엔 거부감이 많았다. 하지만 점차 임직원들의 투지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구호는 서서히 임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 덕에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는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부품' 강자로 부상

요즘 LG이노텍은 그룹 내 슈퍼루키로 떠올랐다. LG마이크론과 다음 달 합병해 '종합 부품회사'로 뛰어오르게 된 것.LG이노텍의 주력사업은 디지털 튜너와 중소형 LCD(액정표시장치) 모듈, LED(발광다이오드)다. 반면 LG마이크론은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소재 사업을 맡고 있어 두 회사가 합치면 연매출 3조원 규모의 종합 부품기업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두 회사의 합병은 쉽지 않았다. LG그룹은 지난해 이노텍의 허영호 사장에게 LG마이크론 사장을 겸직하도록 했다. 허 사장은 이노텍을 우선 상장해 마이크론과의 합병을 추진했지만 '미국발 금융위기'라는 복병을 만났다. 이사회의 합병 승인이 떨어졌으나 합병은 연기됐다. 무리수를 두기보다는 안정을 택하자는 주주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는 경영진의 판단 때문이었다.

◆초대형 부품회사로 탄생

우여곡절을 딛고 합병을 하게 된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은 미래사업을 준비 중이다. 두 회사의 통합을 근간으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보겠다는 판단에서다.

LG이노텍은 올해 LED에 승부를 걸기로 했다. TV용 LED 후면광원(BLU)과 LED조명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로 했다.

LG마이크론의 기술력도 뒤지지 않는다. 소재가공 핵심기술인 초정밀 포토에칭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급.마이크론의 초정밀 기술과 이노텍의 회로설계기술을 합쳐 미래 신사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