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모씨는 매월 한국전력에서 3000~4000원 안팎의 전기요금을 돌려받는다. 지붕에 설치한 태양광발전기로 전기를 만들어 쓰고 남는 것을 한전에 팔아 생기는 수익이다. 남편이 전기자동차까지 쓰는 걸 감안하면 꽤 짭짤한 편이다. 김씨가 전기요금을 이렇게 아낄 수 있는 것은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덕분이다. 김씨는 전기요금이 비싼 한낮엔 태양광발전기로 만든 전기를 사용해 에어컨을 돌리고 전기요금이 싼 한밤중에 세탁기가 돌아가도록 설정해 놓았다. "

바로 구자균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 초대 회장(LS산전 대표이사)이 준비하고 있는 미래다. 지난 5월 회장직을 맡은 구 회장은 "머지않은 장래 얘기"라고 강조한다. 이처럼 전기요금을 내는 게 아니라 되레 전기요금을 받으며 살 수 있는 생활이 가능하도록 이미 관련 기술이 갖춰져 있다는 설명이다. 집안에서도 실시간으로 사용한 전기량과 요금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데다 TV 냉장고 에어컨 등의 전기사용량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까지 개발이 끝났다는 것.

구 회장은 "스마트그리드는 우리 경제의 새로운 먹을거리"라고 강조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되묻자 그가 자세를 바로잡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스마트그리드(Smart Grid)는 우리 말로 지능형 전력망이라고 하지만 지능형 네트워크라고 불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반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전기가 흐르는 모든 제품'을 묶는 것이 스마트그리드의 시작.집안에 있는 냉장고 세탁기 TV 에어컨이나 심지어 전기자동차까지 제어할 수 있어 전기요금이 저렴한 시간대에 작동시킬 수 있는 것이 기본 시스템이다.

그가 스마트그리드를 네트워크라고 부르는 이유는 전선산업 IT산업 에너지산업 건설업 자동차산업 등을 아우르는 막강한 힘에 있었다. 구 회장은 "스마트그리드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전선업만 발달해서는 안 된다"며 "건설회사와 전력망을 까는 전선회사,신재생 에너지와 전기를 공급하는 에너지회사들이 모두 결합해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초기 회원사로 LS산전을 비롯 SK텔레콤 KT 현대중공업 GS건설 LG전자 한국IBM 등이 참여한 것도 바로 이 같은 맥락에서다. 구 회장은 "올해 말까지 회원사를 100여개사로 늘려 스마트그리드를 국가대표 상품으로 만들겠다"며 "지식경제부와 함께 제주도에 시범단지를 구축해 산업기반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