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1993년 6월7일) 16주년을 계기로 '신경영' 정신을 다시 꺼내들며 신발끈을 조이고 있다고 한다. 프랑크푸르트 선언은 이 회장이 독일에서 개최한 사장단회의를 통해 "이대로 가면 망한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꾸라"며 새로운 질 경영을 주문했던 게 요체다. 이 선언을 계기로 삼성은 반도체와 TFT-LCD를 비롯한 신수종 사업을 개발하고 선제적 구조조정을 실시함으로써 외환위기를 거뜬히 극복하고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삼성이 다시 신경영을 들고 나온 것은 요즘 경영환경이 당시 이상으로 힘들다는 뜻에 다름아니다. 실제 우리나라는 물론 주요국 경제가 모두 내리막길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다소 완화(緩和)되고 있다고는 하나 마이너스 성장세가 계속되는 등 실물부문의 침체는 여전히 심각하다.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는 고환율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어 우려가 더욱 크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대로 가다가는 3류,4류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도 바로 이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신경영을 통해 외환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을 수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의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선 새로운 형태의 선제적 구조조정과 혁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삼성의 몸부림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다른 기업들 또한 어려운 경영 여건에서 고심을 거듭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생각되는 까닭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우리 산업계는 구조조정이 최대의 화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 대기업의 경우는 주거래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했고 퇴출이나 워크아웃의 위기에 몰려 있는 기업들도 적지않다.

중요한 것은 기업 스스로 뼈를 깎는 경영합리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효율적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장의 불신을 제거해 위기 이후의 재도약도 기대할 수 있다. 정부 또한 기업 옥석가리기 작업을 최대한 신속히 끝내는 등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데 힘을 쏟아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