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원(三園:단원 김홍도 · 혜원 신윤복 · 오원 장승업)과 삼재(三齋:겸재 정선 · 현재 심사정 · 관아재 조영석)를 비롯해 정약용,이정,김명국,최북 등 조선시대 회화 대표작가 50여명의 서화와 친필 서신 100여점을 직접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서울 인사동 공화랑에서 오는 10~23일 열리는 '안목(眼目)과 안복(眼福)'전이다.

조선 문화의 황금기인 영 · 정조 시대 예술가들의 대표작을 통해 우리 미술의 우수한 정신세계를 되새기는 이번 전시는 산수화를 비롯해 화조도,사군자,도자기,글씨 등 조선시대 특유의 고미술품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정약용의 친필 서신 '여성화초천사시사첩'를 비롯해 김홍도의 '오원아집소조''서원아집도 8폭 병풍''산사귀승도'와 현재 심사정의 '하우씨치수도 8폭 병풍'은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된다.

가장 주목되는 작품은 정약용의 글씨와 그림.다산의 작품은 '의증종혜포옹매조도(擬贈種蕙圃翁梅鳥圖)'와 친필 서신 '송이익위논남북학술설(送李翊衛論南北學術說)',편지 '이참봉에게 올리는 답장' 등 모두 5점이 나온다. 이 중 활짝 핀 흰 매화와 멧새를 그린 '의증종혜포옹매조도'는 영혼이 깃든 듯한 열정적 필선과 필력으로 다산의 예술적인 미감을 생생하게 담아 낸 작품이다.

처음 공개되는 조선 최고 풍속화가 김홍도의 '오원아집소조(梧園雅集小照)'도 눈길을 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책 《화인열전》에 수록된 이 작품은 담배를 피우며 담소하고,거문고를 연주하며,글씨를 쓰는 등 조선 시대 선비들의 자유로운 모습을 찰지게 묘사했다. 단원의 또 다른 작품 '산사귀승도'는 만년기 화풍이 잘 드러난 소품.낙관이 지워졌지만 가을철 깊은 산 속 계곡의 사찰과 바위를 도끼로 찍은 듯한 자국을 남겨 표현하는 부벽준으로 그려냈다.

심사성의 만년 작품 '하우씨치수도8폭병풍' 역시 장대한 화면에 펼친 웅대한 구도와 힘찬 필치로 산수화의 진면목을 잘 보여준다. 이 밖에 추사 김정희의 명품 글씨'서간',겸재의 '쌍연관수',조석진의 '군리도',이정의 '노죽도',강세황의 '산수도', 이인문의 '관수도'등도 만날 수 있다.

공화랑의 공창호 회장은 "출품작의 80%가량은 그 동안 전시된 적이 없던 최초 공개작들로 문화재 전문위원들이 진위 여부를 철저히 가렸다"며 "조선시대 명품들의 진면목을 통해 고미술의 흐름을 짚어보는 값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작은 판매하지 않으며 관람은 무료다. (02)735-993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