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논산에 태양광 발전소를 짓던 한 중소사업자가 지난 2일 건설부지 근처 마을회관에서 투신하는 일이 벌어졌다. 정부 보조금을 받으려면 3개월 내에 공사를 끝내야 하는데,주민들이 반대해 일정을 맞추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었다. 중소 태양광 발전업계는 지식경제부가 지난 4월29일 '2009 신 · 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및 이용 · 보급 실행계획'을 고시할 때부터 '비극'은 예고돼 있었다고 주장한다.
'4 · 29 고시'는 태양광 발전차액금(보조금)을 해마다 일정 금액씩 배분하는 '연도별 상한액'을 도입하고,3개월 내에 공사를 끝내야 보조금을 주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기존 방식보다 비용이 더 드는 태양광 발전에 보조금을 믿고 뛰어드는 사업자들이 급증하자 연도별 총액을 정했다. 공사기간이 짧은 편인 소규모 발전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사업자로 선정되면 착공신고 후 3개월 이내에 공사를 마치도록 하는 조항도 추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 · 허가 기간,토목공사,민원 등의 사정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3개월 이내에 공사를 끝내기 어렵다"며 "현장을 모르는 탁상행정이 한 사업자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갔다"고 성토했다.
올해 50㎿,내년 70㎿,2011년 80㎿ 등으로 보조금을 배분하기로 한 상한제도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태양광 발전소 설치 용량이 26.4㎿ 정도가 될 것"이라던 지경부 예측과는 달리 고시 이후 불과 일주일 만에 신청자가 올해 할당된 지급분(50㎿)을 초과했다.
영월의 한 예비사업자는 신청 자체가 불가능해지자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에 고시 철회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냈다. 장동일 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 부회장은 "300여 태양광 예비사업자들이 갑작스러운 제도 변경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며 "은행도 이를 알고 대출을 꺼려 도산 위기에 몰리는 현장이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지경부는 "애초 수요 예측에 실패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태양광이 매년 안정적으로 균형 있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보조금 지급 방식의 변경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녹색 정책을 지나치게 포장한 나머지 기업들에 혼란을 초래한 데 대해 솔직하게 사과부터 하는 게 순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