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불황을 극복하고 일본 최고의 백화점이 된 이세탄 백화점.오늘의 이세탄이 있게 한 핵심역량의 하나로 기획상품 '온리(only)상품'인 '이세탄 퀄리티'를 꼽는다. 이세탄이 중국에 청두점을 개점할 때 바이어는 중국인들의 패션 취향을 파악하기 위해 휴일이면 번화가에 나가 20~30대 여성의 사진을 찍어 분석했다. 그때 찍은 사진이 무려 5000장에 달했다. 이 일화는 이세탄 바이어들의 온리상품 기획능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꼽힌다. 때문에 이세탄은 '협력사를 훈련시키는 도장'이라고 불릴 정도다.

'한국의 이세탄이 되자.'

국내 백화점 업계가 불황과 치열한 경쟁 속에 경쟁 백화점들과의 차별화를 위한 '온리상품'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백화점이 직매입을 통해 생산부터 재고까지 일괄 관리하는 PB(자체상표) 상품과 협력사들과 공동 기획한 온리상품을 내놓아 소비자들에게 '○○백화점에서만 파는 상품'이라는 인식을 심고,고정고객 확보와 신규 수요 창출을 노리는 것이다.


◆롯데백화점 "전통김까지 '온리'로"

롯데백화점은 2002년 첫 PB 상품으로 영캐주얼 '타스타스' 매장을 열었다. 이듬 해에는 남성 드레스셔츠 PB상품 'LOTTE 오리지널 셔츠'를 내놓았고 2005년부터 '헤르본'으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 이들 브랜드를 포함,여성복 '제라르 다렐',잡화 브랜드 '훌라' 등 총 8개 PB를 운영하고 있다. 관계자는 "타스타스의 지난 1~5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1%,훌라는 47% 증가하는 등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라코스테''타미힐피거''헨리코튼' 등 캐주얼 브랜드들과 손잡고 지난달 22일부터 피케 티셔츠를 롯데 단독 라인으로 기획해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라코스테의 'I LOVE LACOSTE' 티셔츠의 경우 출시 보름 만에 총 680장 중 400여장이 나갈 만큼 인기다. 강성철 MD(상품기획자)는 "롯데 온리상품은 백화점 입장에선 차별화된 아이템을 전개할 수 있고,협력사에는 안정적인 판매망을 제공하는 이점이 있다"며 "앞으로도 협력사와 연계해 온리 상품의 기획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 부문에서는 지난 4월 전라남도가 인증한 토종김과 천일염에 대해 NPB(National Private Brand · 단독상표) 계약을 맺고 소공동본점 · 잠실점 · 강남점 · 부산본점에 토종김 단독 매장을 열 예정이다.


◆현대백화점 "현대컬렉션으로 승부"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22~31일 '제3회 현대컬렉션'을 개최했다. 바이어들이 협력사와 여름 신상품을 공동 기획해 동종 상품보다 10~50% 저렴하게 판매하는 행사다. 관계자는 "똑같은 브랜드지만 백화점마다 상품이 다르다는 점을 알리려는 취지"라며 "기획상품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올해부터 매년 두 차례씩 컬렉션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컬렉션 상품은 총 52명의 바이어가 152개 품목의 여름 신상품을 82억원 규모로 준비했다. 구두 의류 핸드백 침구 골프 여행가방 등 거의 모든 상품군을 아우르며 바이어들이 3개월 전부터 디자인 · 소재 · 컬러 등을 직접 선정해 '현대컬렉션'이란 별도 라벨을 붙여 판매했다. 와인도 현대컬렉션 상품을 내놓았다. 그랑크뤼급 와인 9개 품목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호주 아르헨티나 등 국가별 인기와인 25개 품목 등 총 34개 품목이다.

2007년부터 본격 판매한 '현대 서산 화식한우'는 현대백화점의 한우 PB상품이다. 화식한우는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을 받은 충남 서산의 132만㎡(40만평) 규모 농장에서 재래식 여물을 먹여 키웠다. 관계자는 "한우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고 생후 4개월 미만의 송아지들이 함께 놀 수 있는 '송아지 놀이방'도 만드는 등 다양한 품질 향상 시스템을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화식한우는 지난해 50억여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30%가량 신장했고 올해는 월 매출 5억원을 기록,지난해보다 20% 신장한 6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친환경까지 챙긴다"

신세계백화점은 올 1월부터 단독 상품인 'S Quality'(에스 퀄리티)를 내놓았다. 남녀복은 물론 구두 등 잡화와 스포츠,생활용품 등 65종의 상품으로 1~5월 9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관계자는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의 의견과 숍매니저들의 제안을 바탕으로 기획하는 등 고객지향적인 상품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온리상품의 차별화를 위해 '친환경'을 더해 눈길을 끈다. 지난 3월에 '폴햄''ASK''테이트' 등 캐주얼 브랜드들과 함께 유기농면 등 친환경 소재로 만든 '친환경' 테마 티셔츠를 1만원대에 내놓아 일부 상품은 품절사태를 빚기도 했다. 신세계는 '에스 퀄리티' 상품이 고객들의 높은 호응을 얻음에 따라 상품의 종류와 물량을 확대할 예정이다. 관계자는 "이달에는 기존 상품 외에 속옷,주얼리까지 상품군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단독 상품을 소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