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기침체 영향으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들의 기부금 수입이 2007년에 비해 큰 폭으로 줄어든 가운데 KAIST가 국내 대학 중 기부금 수입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들은 그러나 기부금 감소에도 불구하고 연구비 및 건축비 적립 등의 명목으로 수백억원의 적립금을 추가로 쌓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부금 감소 속 KAIST만 '대박'

8일 전국 주요 대학들이 공고한 2008회계연도(2008년 3월~2009년 2월) 결산서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서울대에 기부된 금액은 269억원으로 2007년(531억원)의 절반에 불과했다. 인하대도 2007년에는 784억원을 기부받았지만 작년에는 398억원에 그쳤다.

대부분의 사립대도 2007년 대비 작년 기부금이 10~30% 줄었다. 한양대는 262억원에서 178억원으로 32% 감소했다. 고려대는 447억원에서 370억원으로 17% 줄었다. 연세대도 전년 대비 13% 줄어든 492억원을 모금하는 데 그쳤다. 대학 기부금이 이처럼 감소한 것은 작년 가을부터 심화된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부금을 가장 많이 받은 대학은 635억원을 받은 KAIST였다. 작년 원로 한의학자 류근철 박사(83)가 개인 기부 사상 최고액인 578억원을 KAIST에 쾌척한 영향이 컸다. 2007년 KAIST 기부금은 57억3500만원에 불과했다. KAIST 관계자는 "서남표 총장이 취임한 후 각계각층에 적극적인 기부요청을 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숙명여대도 이경숙 전 총장과 한영실 총장의 노력에 힘입어 기부금이 99억원에서 193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외에 동국대 경희대 등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기부금을 전년보다 많이 모았다.

성균관대와 서강대도 각각 683억원,490억원의 기부금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BTO 방식으로 건립한 민자유치 기숙사의 소유권을 기부채납 형태로 대학이 넘겨받는 과정에서 나타난 '착시현상'으로 이들 대학의 순수한 기부 모금액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적립금은 더 쌓아


기부금 감소에도 불구하고 주요 사립대학들은 작년 한 해 동안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의 적립금을 추가로 쌓았다. 가장 많은 적립금을 보유한 대학은 이화여대였다. 이대는 작년에 쌓은 327억원을 포함해 모두 5442억원을 적립해 놓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적립금을 쌓은 대학은 홍익대.한 해 예산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597억원을 적립해 모두 4294억원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471억원),이화여대(327억원),고려대(313억원),인하대(255억원),동국대(248억원),동덕여대(239억원) 등도 지난해 200억원 넘게 적립금을 쌓았다.

기부금이 크게 줄었는데도 대학들이 적립금을 많이 쌓을 수 있었던 것은 가파른 등록금 상승률 덕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홍익대는 작년 등록금 수입이 전년보다 186억원(9.7%) 증가했다. 연세대는 303억원(8.8%),이화여대는 140억원(7.8%)의 등록금 수입이 증가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