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국내 편의점은 2800개에서 1만2900개로 4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들어서도 하루에 3.3개꼴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편의점을 이용하는 고객은 하루 평균 600만명이나 된다. 한 편의점 업체는 강남역 인근에만 14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이처럼 좁은 상권을 기반으로 하는 편의점의 각축전은 치열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불황기에 편의점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까. 편의점 업계는 PB브랜드의 확대를 그 해답 중 하나로 찾고 있다. 실제로 편의점 전체 매출에서 PB상품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20% 안팎에 달한다.


◆PB 다양화로 고객 구미 맞춰

외환위기 이후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개발된 PB상품 매출의 대부분은 삼각김밥,샌드위치 등 간단한 먹거리가 주류를 이룬다. 훼미리마트는 아이스크림 품목에선 '파르페디저트'(280㎖ · 1200원)가,과자 품목에선 '훼미리안 스낵 왕소라 스낵'(176g · 1000원)이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패스트푸드류가 전체 PB 품목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미니스톱은 1년에 800만잔의 아이스커피 매출을 올린다. 웬만한 NB(내셔널브랜드)의 매출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에 따라 편의점 업계는 먹거리 PB상품을 강화하기 위해 △불황기 저가 상품 △유명 브랜드와 제휴한 프리미엄 상품 △고객 맞춤형 상품을 개발하는 것을 전략으로 삼고 있다.

훼미리마트는 기존 상품보다 가격을 30% 낮춘 '소불고기도시락'(320g · 2000원)을 4월 출시해 5일 만에 6만개 이상을 판매했다. 세븐일레븐은 '롯데샌드' '제크' 등 인기 과자의 용량과 가격을 절반가량 줄여 부담을 줄인 '미니과자 시리즈'(50g · 500원) 9종을 지난해 9월 출시했다. 소비자의 반응이 좋자 5종류의 미니 과자를 추가로 내놓았다.

편의점 업계는 또 유명 업체와 단독 제휴를 통해 '편의점 only' 프리미엄 상품 출시에 적극적이다. 세븐일레븐은 '엔제리너스 커피'와 손잡고 컵커피(200㎖ · 1500원) 2종을 3월에,병커피(250㎖ · 2000원) 2종을 4월에 내놓았다. 바이더웨이는 홍초불닭으로 유명한 ㈜홍초원과 제휴,'홍초불닭'(170g · 3800원)과 '홍초불오징어'(170g · 3200원)를 출시했다. 이에 더해 '장충동왕족발'과 제휴한 PB상품을 올여름 선보일 계획이다.

여성 및 아동용 제품을 따로 제작한 상품도 눈길을 끈다. 훼미리마트는 지난 달 1식4찬 콘셉트로 맞춤영양설계 '어린이도시락'(350g · 3000) 2종을 출시했다. 바이더웨이는 '미니3종(sandwiSHE's)'세트를 6월 말 내놓을 예정이다. 햄버거와 샌드위치,삼각김밥의 양을 절반으로 줄이고 지방함유랑,칼로리와 함께 가격을 낮춰 여성층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PB 확대는 매출 신장을 위한 장기 전략

편의점 매출에서 PB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속적으로 늘었다. GS25의 경우 2006년 PB매출은 전체 매출의 15.5%를 차지했으나 올해 매출은 전체의 28%,내년에는 전체 매출의 31%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훼미리마트는 현재 11개 브랜드,450여종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올해에는 370여종의 신규 PB상품을 출시하고,PB상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20% 이상으로 늘릴 방침이다.

미니스톱은 장기적으로 담배 매출을 제외한 전체 매출의 40%를 PB상품으로 채우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마다 유명 브랜드 또는 캐릭터 · 지자체 등과 제휴해 스토리를 만들고 공격적 마케팅을 전개해 PB상품을 카테고리별 상위 품목으로 키우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훼미리마트와 GS25는 이미 라인업을 상당 부분 확장한 상황이다. 훼미리마트는 '리굿'(legood)이라는 생활용품 브랜드와 '광수생각' 캐릭터 상품을 선보였다. 강원도 · 제주도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제주愛' '강원愛'라는 이름으로 지역 특산물을 10% 싸게 판매하고 있다. GS25는 '베니건스' 및 '틈새라면'과 합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디즈니,김구라 등 다양한 캐릭터를 상품에 접목시켰다. 시중가보다 30% 저렴한 와인을 내놓기도 했다.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은 고품질 · 소용량 제품을 기반으로 편의점 주 고객층인 20~30대 이외에도 전 세대를 공략하는 상품 개발에 주력할 예정이다. 바이더웨이 관계자는 "스테프 핫도그를 편의점에 들여온 것처럼 소비자가 기존 편의점에서 접하기 어려운 상품 위주로 개발해 소비자가 PB상품의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유현기 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