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R&D시대를 열자] "대기업과 협업체제 구축…신기술 공동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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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질적 성장이 중요
"연구개발 투자를 왜 안하고 싶겠어요. 멍석을 깔아줘도 오겠다는 연구원이 없으니 문제죠.연구원 뽑다가 제품개발 착수도 못하는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전북 화학소재 회사 T대표)
중소기업 경영자들에게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를 늘려야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고 말하면 열에 여덟은 이런 답변을 하기 일쑤다. 기술적으로 차별화된 일부 혁신형 벤처기업을 제외하고는 연구인력 확보 및 개발제품 상품화를 통한 투자자금 회수가 제대로 안 되는 대다수 중소기업들에는 기본적인 연구환경을 구축하는 것부터 버겁기 때문이다.
연구개발 투자가 기술적 진보는 물론 지식재산권 확보 등 질적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이론'에는 이들도 동의한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1999년 1조2313억원에서 2007년에는 6조3530억원으로 5배 이상 늘어났다.
그렇지만 이 같은 양적인 발전에 비해 실질적인 '연구개발' 성과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가장 큰 이유는 고질적인 인력난.인천 남동공단 페인트 제조업체 S사는 2004년 새로운 도료를 개발하기 위해 해당 분야 석사 학위자인 A씨를 채용했다. 그런데 A씨는 1년 만에 대기업으로 옮겼다. 이직 사유는 연구와는 거리가 먼 생산작업 등 잡일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이 통에 신도료 개발 프로젝트도 중단됐다.
이 회사의 K대표는 "산학연 연구 네트워크나 업종별 연구 클러스터 등을 활용하려 해도 이를 수행할 사람 자체가 없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기반이 질적으로 성장하기는커녕 영세성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중소기업 연구소(1만5401개) 중 57.0%(8776개)가 연구원 5인 이하로 대부분이 정부의 기업연구소 인정 기준을 겨우 충족시키는 정도다.
개발자금과 우수 연구원을 확보했다 해도 천신만고 끝에 개발한 제품이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결국 사장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인천 송도에 있는 신약개발 바이오벤처인 S사는 2006년부터 정부의 지원을 받아 퇴직과학기술자를 활용한 R&D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그 결과 2008년 달걀을 주원료로 한 신개념 요구르트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시장에서 호평을 기대했지만 식음료 유통망이 없어 아직까지 출시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다 보니 제조업 중소기업의 경우 25년 이상 장수하는 비율이 전체의 13% 수준에 그친다. 치밀한 연구개발 전략을 구사하지 못한 채 저가경쟁 전략에 여전히 의존하면서 생산성을 혁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기술진흥협회 관계자는 "차별화된 독자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채 저가제품 중심으로 과당 판매경쟁을 지속함에 따라 수익성도 악화되는 추세"라며 "실제 1982년부터 1997년까지 6.1%에 이르던 수익성은 2000년 5.1%로 낮아진 데 이어 2004년 4.5%,2005년 4.3%로 매년 하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연구개발 지원자금의 절대규모를 늘리는 것은 물론 '자금의 직접적 투입' 위주의 양적지원 중심에서 효율 중심의 자금집행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싹을 틔울 수 있는 기반을 먼저 튼튼히 한 뒤 될성부른 우수 중소기업을 철저히 가려내 지원하는 '선택과 집중'이 전제돼야 지원자금의 누수를 막고 성과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
정해혁 산업기술진흥협회 기술정책팀장은 "연구 방향 설정과 우수 연구인력 지원 등 정교하고 입체적인 지원정책이 시행돼야 중소기업 연구개발 활동의 양적,질적 성장이 균형을 맞출 수 있다"며 "아울러 잠재력이 큰 우수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선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등 상위기술 수요계층과의 협업을 유도하고 이를 집중 지원해주는 정책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한경·산업기술진흥협회 공동기획
중소기업 경영자들에게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를 늘려야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고 말하면 열에 여덟은 이런 답변을 하기 일쑤다. 기술적으로 차별화된 일부 혁신형 벤처기업을 제외하고는 연구인력 확보 및 개발제품 상품화를 통한 투자자금 회수가 제대로 안 되는 대다수 중소기업들에는 기본적인 연구환경을 구축하는 것부터 버겁기 때문이다.
연구개발 투자가 기술적 진보는 물론 지식재산권 확보 등 질적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이론'에는 이들도 동의한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1999년 1조2313억원에서 2007년에는 6조3530억원으로 5배 이상 늘어났다.
그렇지만 이 같은 양적인 발전에 비해 실질적인 '연구개발' 성과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가장 큰 이유는 고질적인 인력난.인천 남동공단 페인트 제조업체 S사는 2004년 새로운 도료를 개발하기 위해 해당 분야 석사 학위자인 A씨를 채용했다. 그런데 A씨는 1년 만에 대기업으로 옮겼다. 이직 사유는 연구와는 거리가 먼 생산작업 등 잡일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이 통에 신도료 개발 프로젝트도 중단됐다.
이 회사의 K대표는 "산학연 연구 네트워크나 업종별 연구 클러스터 등을 활용하려 해도 이를 수행할 사람 자체가 없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기반이 질적으로 성장하기는커녕 영세성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중소기업 연구소(1만5401개) 중 57.0%(8776개)가 연구원 5인 이하로 대부분이 정부의 기업연구소 인정 기준을 겨우 충족시키는 정도다.
개발자금과 우수 연구원을 확보했다 해도 천신만고 끝에 개발한 제품이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결국 사장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인천 송도에 있는 신약개발 바이오벤처인 S사는 2006년부터 정부의 지원을 받아 퇴직과학기술자를 활용한 R&D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그 결과 2008년 달걀을 주원료로 한 신개념 요구르트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시장에서 호평을 기대했지만 식음료 유통망이 없어 아직까지 출시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다 보니 제조업 중소기업의 경우 25년 이상 장수하는 비율이 전체의 13% 수준에 그친다. 치밀한 연구개발 전략을 구사하지 못한 채 저가경쟁 전략에 여전히 의존하면서 생산성을 혁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기술진흥협회 관계자는 "차별화된 독자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채 저가제품 중심으로 과당 판매경쟁을 지속함에 따라 수익성도 악화되는 추세"라며 "실제 1982년부터 1997년까지 6.1%에 이르던 수익성은 2000년 5.1%로 낮아진 데 이어 2004년 4.5%,2005년 4.3%로 매년 하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연구개발 지원자금의 절대규모를 늘리는 것은 물론 '자금의 직접적 투입' 위주의 양적지원 중심에서 효율 중심의 자금집행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싹을 틔울 수 있는 기반을 먼저 튼튼히 한 뒤 될성부른 우수 중소기업을 철저히 가려내 지원하는 '선택과 집중'이 전제돼야 지원자금의 누수를 막고 성과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
정해혁 산업기술진흥협회 기술정책팀장은 "연구 방향 설정과 우수 연구인력 지원 등 정교하고 입체적인 지원정책이 시행돼야 중소기업 연구개발 활동의 양적,질적 성장이 균형을 맞출 수 있다"며 "아울러 잠재력이 큰 우수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선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등 상위기술 수요계층과의 협업을 유도하고 이를 집중 지원해주는 정책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한경·산업기술진흥협회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