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8일 '모처럼'웃었다. 청와대에서 농협법 개정 공포안에 공개 서명하는 자리에서다. 이 대통령이 흡족한 표정을 보인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북핵사태 등 잇따른 악재가 터진 후 오랜만이다.
농협법 개정은 이 대통령이 지난해 말부터 '농협은 농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강력하게 추진해왔던 개혁 과제. 정부는 연초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여야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되는 듯하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전자결재 대신 '서명식'이라는 별도의 세리머니(행사)를 가진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행사장에서 이 대통령의 표정이 밝았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서명 후엔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과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 관계자들과 한 시간 동안이나 환담했다. 원래 예정 시간은 30분이었는데 이들을 치하하고 건의사항을 듣느라 시간이 두 배로 늘어난 것. 한 참석자는 "그만큼 이번 행사가 의미 있고 기쁜 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여야 대치로 식물 국회가 된 상황에서 이번 행사가 큰 의미를 갖는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국민의 목마름을 해결해 주는 것은 정치의 중요한 책무 중의 하나"라면서 "생산적 정치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식물국회에 보내는 일종의 정치적 메시지인 셈이다.
이 대통령은 또 "농협과 농민단체가 중심이 돼서 자율적으로 개혁을 추진했기 때문에 여야 합의로 통과된 것이 아니겠느냐"며 "그것이 제대로 된 (개혁)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국민들이 움직여서 국회를 압박해 달라는 주문이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농협개혁이 앞으로 공공부문 개혁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행사가 단순한 서명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