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교수가 연구비 받으려고 공무원들을 찾아다니는 일은 없을 겁니다. "

오는 26일 출범하는 한국연구재단의 초대 이사장으로 내정된 박찬모 대통령 과학기술특별보좌관은 8일 정부중앙청사 인근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새로 출범하는 연구재단은 연구자들을 지원하되 간섭은 최소화한다는 원칙으로 운영될 것이며 연구와 관련된 모든 사항은 재단이 해결하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이공계 연구자들을 지원했던 과학재단과 주로 인문계 연구자들을 지원했던 학술진흥재단,연구 분야의 국제 협력을 지원했던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 등 3개 조직이 통합된 우리나라 최대 연구관리 전문기관.올해 기준으로 약 2조6000억원 규모의 국가 연구사업을 관장한다.

박 내정자는 한국연구재단의 성패가 연구관리 전문가(PM) 제도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학계에 있으면서 연구 평가를 숱하게 받아 봤지만 평가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나와서 평가할 때가 많았다"며 "앞으로 선정될 21명의 연구관리 전문가들은 누가 봐도 인정할 수 있는 관련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맡도록 할 것이며 기획에서 평가에 이르는 전 과정을 이들이 책임 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PM 제도를 선진화하기 위해 전문가들에게 많은 권한을 부여하겠지만 이들에게도 당연히 높은 도덕성과 윤리성이 요구된다"며 "취임하자마자 태스크포스(TF) 팀을 만들어 PM 인선 문제와 책임 범위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내정자는 연구재단이 이공계 연구자 중심으로 운영돼 인문사회계가 홀대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우리나라 이공계 수준이 매우 낮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이공계와 인문사회계의 융합이 안 돼 커리큘럼이 구태의연하기 때문"이라며 "바이오기술(BT),나노기술(NT) 등의 신기술과 인문사회계의 콘텐츠 융합이 중요한 만큼 인문사회계에도 많은 배려를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연구재단의 위상 제고와 관련해서는 "차기 이사장부터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과 같이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로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사적 자원관리(ERP) 같은 시스템을 연구재단에 도입해 공정한 평가를 유도하는 한편 국제자문위원단을 만들어 외국 기관과의 교류를 활성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자신의 좌우명 중 하나가 '외유내강'이라고 소개하며 "기관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과 사를 구분하는 것인 만큼 소신과 원칙을 지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1958년 서울대 화공과를 졸업하고 1969년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박 내정자는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를 거쳐 1990년부터 포스텍(옛 포항공대)에 몸담았으며 2003~2007년 포스텍 총장을 역임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