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금리가 급등세로 돌아섰다. 경제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된 결과다. 이 같은 시장 흐름 변화가 오는 11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정책금리)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8일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유통수익률은 지난 주말보다 0.15%포인트 뛴 연 4.02%에 마감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4%대에 다시 진입한 것은 지난해 12월11일(4.01%) 이후 처음이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해 12월12일 3.95%로 하락한 뒤 지금까지 3%대에서 움직였다. 지난 1월8일에는 3.26%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지표물인 5년 만기 국고채 유통수익률 역시 지난 주말에 비해 0.15%포인트 상승한 연 4.75%를 기록했다. 지난 2월20일 기록한 4.7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 1월8일의 3.72%와 비교하면 5개월 새 1%포인트 이상 오른 것이다. AA- 등급의 무보증 회사채 유통수익률도 0.16%포인트 올라 연 5.06%를 기록,10일 만에 다시 5%대에 접어들었다.

이날 금리가 급등한 것은 직접적으로는 외국인이 국채선물을 대거 처분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이날 1만2000계약 이상 국채선물을 내다팔았다. 시장 참가자들은 지난주 후반 미국의 고용지표가 나아진 것으로 발표되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안팎에서 정책금리 인상 필요성을 언급하자 외국인들이 그간 사모았던 국채선물을 일거에 정리했다고 전했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지난 3일 "미국의 대규모 재정적자가 금융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샌드라 피아낼토 클리블랜드 연방은행 총재는 하루 뒤인 4일 "FRB의 통화정책 우선 순위가 신용시장 회복에서 통화 확장과 재정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유발을 예방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의 여파로 지난 5일 미국의 10년짜리 국채는 0.12%포인트 뛰었고 2년짜리 국채 금리는 0.33%포인트나 올랐다. 시장 참가자들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 2분기께 경제가 바닥을 칠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금리 상승세 전환의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또 각종 경기 선행지표들이 플러스로 돌아서고 있는 점도 금리를 밀어올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윤 장관은 지난 5일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분기에 전기 대비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며 "2분기에 경제지표가 호전되면 한국 경제가 어느 정도 바닥을 쳤다고 봐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회복되려면) 세계경제 회복이 전제돼야 한다"며 "다만 경기 하락 속도가 둔화하고 있어 올해 4분기나 내년 1분기에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