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지표 개선 등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기저효과(base effect)'로 큰 폭의 개선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9일 신영증권에 따르면 이 증권사 유니버스 기준으로 2분기 이익은 1분기 대비 253.8%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분기대비 기준으로는 2000년 이후 최고의 증가폭이다. 2분기의 이익추정치는 지속적으로 상향조정되고 있어, 추정치의 신뢰도 역시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반도체 업종은 지난 1분기 적자금액에서 2배 가까운 수준의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뿐 아니라 보험(+357.4%), 자동차 및 부품(+112.4%), 증권(+75.4%), 가전.부품(흑전), 철강(흑전) 업종 역시 전분기 대비 높은 이익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초점]2분기 실적개선 기대 '솔솔'…주가 전망은?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번 2분기 실적의 의미는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전, 즉 지난해 2분기와 대비해 75% 정도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이익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여 4분기 이익은 리먼 파산 이전에 97%까지 회복하는 수준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이익과 주가수준간의 비율이 일정하다고 한다면 올해 4분기 이전에 리먼파산 직전 시기의 주가수준으로 회귀할 명분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리먼 파산 직전 분기인 지난해 2분기의 평균주가는 1760선이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신중함과 속도조절 또한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미 경기회복과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성급하게 국내 증시에 반영됐고 주요 유동성 공급처인 외국인의 매수세도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내외적으로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고, 대내적으로도 원·달러 환율 안정, 풍부한 유동성 등 국내 증시를 둘러싼 주변 여건은 나쁘지 않지만 현 시장은 유동성 장세의 막바지 국면으로 추가 상승 보다는 밸류에이션 부담을 해소하는 과정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9일에도 모처럼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 매수에 나서면서 코스피 지수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상승폭은 제한적인 모습이다.

이날 오전 11시 7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7.68포인트(0.55%) 오른 1400.98을 기록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1400선을 넘어선 강세로 출발하며 장중 1410.00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개인의 차익매물이 쏟아지면서 지수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당분간 시장의 방향성 없는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실적 개선의 가시성이 확보되고 있는 업종은 상대적으로 선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막연한 기대감이 아닌 펀더멘털에 기반한 업종으로 대응하는 게 유리하다며 일시적인 수익 개선이 아닌 구조적으로 좋아 지고 있는 업종으로 압축하라고 조언했다. 이에 해당하는 업종으로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실적전망치가 상향조정되고 있는 IT, 자동차, 증권업종 등을 들었다.

우리투자증권은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더라도 외국인과 기관이 매수하는 종목은 상대적으로 충격을 적게 받고 증시가 추세회복할 때 강한 상승 탄력을 보인다"며 이달 이후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순매수에 나서면서 대차잔고까지 감소하고 있는 종목으로 케이피케미칼, 남해화학, 대림산업, 현대하이스코, 카프로, SBS, 현대제철을 꼽았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