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근로 프로젝트'엔 희망도 일자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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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 "허드렛일 싫다"·노인들은 "힘들다" 외면
지자체들 졸속 사업‥배정된 예산 나눠주기 급급
지자체들 졸속 사업‥배정된 예산 나눠주기 급급
정부가 오는 11월까지 6개월간 25만명에게 일자리를 지원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시행에 들어간 '희망근로 프로젝트'가 출항 10일도 채 안 돼 삐걱거리고 있다. 희망근로 지원자들은 "정작 희망근로에는 '희망'도 '변변한 일자리'도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고,지방자치단체들은 프로젝트 취지에 맞는 일감을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일부터 1조7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오는 11월까지 전국 16개 시 · 도에서 총 1만9000여개 사업장에 25만명을 투입하는 6개월간의 '희망근로 프로젝트' 대장정에 돌입했다.
사업주체인 행정안전부는 당초 희망근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생산성 있는 사업을 다수 발굴'해 기존의 공공근로와는 차별화하겠다는 방침을 정했었다.
하지만 촉박한 일정으로 준비가 부족했던 일선 지자체들이 '상명하달'식의 지침에 따라 배정된 예산을 집행하는데만 급급하다 보니 희망근로 지원자들의 기대는 물론 프로젝트 취지와도 거리가 먼 사업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9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희망근로 프로젝트의 일감은 환경정비나 쓰레기 줍기 등 허드렛일이 대부분이어서 지원자들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임금은 20일 근무에 월 83만원(교통비 등 1일 3000원 별도).임금 수준이 낮은 데다 일감도 길거리 청소 등 형식적 근로여서 청년 실업자들은 희망근로를 외면하고 있다. 또 근로자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고령자들은 하루 8시간 근무가 버거워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행안부에 따르면 총 25만550명의 희망근로자 가운데 60대 이상 고령자는 11만6000여명으로 전체의 46.4%에 달한다. 반면 20,30대는 12%에 불과하다.
울산시 희망근로 담당자는 "태화강 정화사업의 경우 하루 100여명이 투입되는데,근로 능력이 있는 젊은층의 참여가 적어 프로젝트의 취지와는 거리가 먼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 농번기와 겹치면서 희망근로 프로젝트가 농촌 인력난을 부채질한다는 원성도 높다. 충청권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농촌에서는 힘든 농사일보다 희망근로에 참가하겠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 일손이 더 모자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임금의 30%는 자치단체 내 재래시장이나 동네슈퍼 등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희망근로 프로젝트가 저소득층에 생산적 일감을 제공하고 생계비를 지원한다는 사업목표와 달리 실업자들의 불만만 고조시킨 채 혈세 낭비로 끝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정부는 지난 1일부터 1조7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오는 11월까지 전국 16개 시 · 도에서 총 1만9000여개 사업장에 25만명을 투입하는 6개월간의 '희망근로 프로젝트' 대장정에 돌입했다.
사업주체인 행정안전부는 당초 희망근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생산성 있는 사업을 다수 발굴'해 기존의 공공근로와는 차별화하겠다는 방침을 정했었다.
하지만 촉박한 일정으로 준비가 부족했던 일선 지자체들이 '상명하달'식의 지침에 따라 배정된 예산을 집행하는데만 급급하다 보니 희망근로 지원자들의 기대는 물론 프로젝트 취지와도 거리가 먼 사업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9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희망근로 프로젝트의 일감은 환경정비나 쓰레기 줍기 등 허드렛일이 대부분이어서 지원자들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임금은 20일 근무에 월 83만원(교통비 등 1일 3000원 별도).임금 수준이 낮은 데다 일감도 길거리 청소 등 형식적 근로여서 청년 실업자들은 희망근로를 외면하고 있다. 또 근로자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고령자들은 하루 8시간 근무가 버거워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행안부에 따르면 총 25만550명의 희망근로자 가운데 60대 이상 고령자는 11만6000여명으로 전체의 46.4%에 달한다. 반면 20,30대는 12%에 불과하다.
울산시 희망근로 담당자는 "태화강 정화사업의 경우 하루 100여명이 투입되는데,근로 능력이 있는 젊은층의 참여가 적어 프로젝트의 취지와는 거리가 먼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 농번기와 겹치면서 희망근로 프로젝트가 농촌 인력난을 부채질한다는 원성도 높다. 충청권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농촌에서는 힘든 농사일보다 희망근로에 참가하겠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 일손이 더 모자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임금의 30%는 자치단체 내 재래시장이나 동네슈퍼 등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희망근로 프로젝트가 저소득층에 생산적 일감을 제공하고 생계비를 지원한다는 사업목표와 달리 실업자들의 불만만 고조시킨 채 혈세 낭비로 끝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