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00개 4년제 대학 총장들이 대학 입시에서 성적 위주로 학생을 뽑는 관행을 버리고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입시 전형을 개선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손병두)는 9일 서울 상암동 대교협 기자회견장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선언문을 배포했다.

대학들이 정부의 대학 자율화 및 공교육 강화 방침에 따라 책임있는 입시를 치르겠다는 뜻을 공동선언문 형태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장들은 선언문에서 "성적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는 현행 대입 전형 하에서는 창의성과 인성,자기주도적 학습능력 등을 계발하는 초 · 중등 교육을 기대하기 어렵고,대학도 21세기 지식기반사회를 선도할 창의적이고 잠재능력이 풍부한 학생을 선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학교육을 성공적으로 이수할 수 있는 바람직한 인재란 사교육의 도움 없이 초 · 중등학교가 제공하는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들"이라고 규정했다. 총장들은 이어 "사교육의 영향력을 감소시키고 공교육의 정상화를 도모하는 방향으로 대학의 학생선발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장들은 대입 입시 개선을 위해 △고교 · 대학 간 협력체제 강화 △대학에 제출되는 학생 자료의 신뢰도 제고 △잠재력 있는 학생 선발 △입학사정관 전형에 윤리강령,내부관리체제,다단계 전형 등 마련 △대입 선진화 방안에 대한 정보 제공활동 강화 등을 실천방안으로 제시했다.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기자회견은 행사 시작 30분 전 돌연 취소됐다. 손병두 회장(서강대 총장)을 비롯해 부회장단인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서거석 전북대 총장,이희연 군산대 총장은 "시기적으로 기자회견이 부적절하다"며 회견을 1주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대교협 관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시국선언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기자회견이 적절치 않다는 게 회장단의 의견"이라며 "갑작스런 회견 취소에 대해 내부서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교협은 그러나 미리 배포된 선언문에 대해서는 "유효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시국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대교협이 입학사정관제 도입 등 현 정부의 핵심 교육정책에 발맞추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껴 기자회견을 취소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부 일선 교수들이 대교협의 선언문에 반발할 것을 우려해 선언문 배포로 대신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또 정권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일부 대학 총장들이 '전국 대학교 총장' 명의의 기자회견을 거부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