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글로벌 국부펀드는 헛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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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에 지난 4일 뜻밖의 러브콜이 날아왔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청에서 한국 기업 구조조정 시장에 공동 진출하자는 제의를 받은 것이다. KIC로선 투자 영역을 넓힐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하지만 KIC는 어쩔 수 없이 제안을 거절해야 했다. 현행법(한국투자공사법)상 KIC는 외화자산이 아닌 국내 원화자산에 투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영욱 KIC 사장은 "한국 투자를 검토 중인 아부다비투자청이 국내 사모펀드의 경우 트렉레코드(운용성과)가 부족해 파트너로 적합하지 않고 공신력있는 KIC라면 같이 들어올 수 있다는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다"며 "하지만 KIC로선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외환위기 당시 국내 알짜자산을 외국자본에 헐값에 넘긴 경험이 있는 우리로선 국내자본으로 구조조정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좋은 찬스였는데 그걸 눈앞에서 놓쳤다"며 "관련 법 개정을 통해 국내 자산투자의 길을 빨리 터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획재정부도 지난해부터 이런 필요성을 인식해 KIC의 국내 자산투자 허용을 위한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물론 국내투자 재원은 외환보유액이 아니라 외국환평형기금이 보유하고 있는 원화자산으로 한정했다. 재정부는 또 자기자본의 30배까지 차입이나 채권발행을 허용해 KIC를 명실공히 글로벌 수준의 대형 국부펀드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약속은 공염불이 되고 있다. KIC법 개정안은 지난 2월 국회에 제출됐으나 과거 메릴린치에 대한 투자손실 등을 이유로 논의조차 진행하지 못한 채 묻혀져왔다. 이번 6월 국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른 현안에 가려 공론화도 힘든 상태다.
더구나 시간이 흐르면서 법개정을 주도해야 할 재정부조차 소극적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재정부 관계자는 "원화자산으로 투자한다는 것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으면서 '외환보유액을 낭비한다'는 비난여론이 나오고 있고 차입을 통해 국내자금을 빨아들일 경우 민간에 대한 구축(驅逐)효과를 낼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굳이 부담을 무릅쓰면서 법 개정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KIC를 글로벌 국부펀드로 만들겠다는 꿈은 사실상 물거품이 돼 가고 있다.
정종태 경제부 기자 jtchung@hankyung.com
하지만 KIC는 어쩔 수 없이 제안을 거절해야 했다. 현행법(한국투자공사법)상 KIC는 외화자산이 아닌 국내 원화자산에 투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영욱 KIC 사장은 "한국 투자를 검토 중인 아부다비투자청이 국내 사모펀드의 경우 트렉레코드(운용성과)가 부족해 파트너로 적합하지 않고 공신력있는 KIC라면 같이 들어올 수 있다는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다"며 "하지만 KIC로선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외환위기 당시 국내 알짜자산을 외국자본에 헐값에 넘긴 경험이 있는 우리로선 국내자본으로 구조조정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좋은 찬스였는데 그걸 눈앞에서 놓쳤다"며 "관련 법 개정을 통해 국내 자산투자의 길을 빨리 터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획재정부도 지난해부터 이런 필요성을 인식해 KIC의 국내 자산투자 허용을 위한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물론 국내투자 재원은 외환보유액이 아니라 외국환평형기금이 보유하고 있는 원화자산으로 한정했다. 재정부는 또 자기자본의 30배까지 차입이나 채권발행을 허용해 KIC를 명실공히 글로벌 수준의 대형 국부펀드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약속은 공염불이 되고 있다. KIC법 개정안은 지난 2월 국회에 제출됐으나 과거 메릴린치에 대한 투자손실 등을 이유로 논의조차 진행하지 못한 채 묻혀져왔다. 이번 6월 국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른 현안에 가려 공론화도 힘든 상태다.
더구나 시간이 흐르면서 법개정을 주도해야 할 재정부조차 소극적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재정부 관계자는 "원화자산으로 투자한다는 것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으면서 '외환보유액을 낭비한다'는 비난여론이 나오고 있고 차입을 통해 국내자금을 빨아들일 경우 민간에 대한 구축(驅逐)효과를 낼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굳이 부담을 무릅쓰면서 법 개정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KIC를 글로벌 국부펀드로 만들겠다는 꿈은 사실상 물거품이 돼 가고 있다.
정종태 경제부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