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쓰고 있는 화석연료로부터 언제 해방될수 있을까. 얼마전 유럽재생에너지위원회(EREC)가 예측한 시점은 2090년께다. 신 · 재생에너지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앞으로 30년이 지나도 전체 에너지에 대한 기여율은 30%선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세기 말까지는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많은 전문가들은 대표적 화석연료인 석유자원의 고갈을 얘기하고 있다. 멀지 않은 2050년대 쯤이면 말라버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반면 석탄은 그런 목소리가 없다. 석유와 달리 세계 어느 곳에나 폭넓게 매장돼 있고,대량의 부존(賦存) 지층이 더 발견될 가능성도 높다. 확인된 매장량만으로도 인류가 앞으로 200년쯤 계속 쓸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물론 석탄은 그 자체로 탄소 함유량이 많아 환경오염 유발도가 높은 저급하고 구시대적 에너지원이고,'저탄소와 녹색'으로 상징되는 미래의 경제 · 산업과도 조화되기 어렵다. 하지만 이를 환경친화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앞으로도 오랫동안 석탄은 에너지 공급시스템의 중심에 놓일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

그 대안이 석탄을 석유로 만드는 것으로,'석탄액화(CTL,Coal to Liquid)'라고 하는 기술이다. 석탄을 고온 · 고압상태에서 가스화해 공해물질을 제거한 뒤 액체연료로 합성하면,석탄 1톤에서 2-3배럴 정도의 고품질 석유를 뽑아낼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계산이다. 배럴당 생산비는 30달러선으로,석탄가격에 따라 경제성이 좌우되지만 석유값이 배럴당 50달러를 넘으면 채산을 맞출수 있는 수준이다.

사실 CTL은 이미 1920년대 독일 과학자들이 개발했던,오래됐지만 잊혀졌던 기술이다. 2차대전 당시 석유수입이 막힌 독일은 석탄으로 석유를 만들어내면서 버텼다. 이후 세계 각지에서 대형 유전이 발견되면서 이 기술의 효용성이 없어졌고 최근까지 묻혀왔다. 다만 남아프리카공화국이 1955년부터 CTL공장을 가동해 지금도 하루 15만배럴 규모의 석유를 생산,자국 수송용 연료의 25%이상을 충당하고 있다.

이 기술이 다시 부활한 것이다. 석탄이 싸고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할 뿐 아니라,청정에너지로서의 가치에 선진국들이 주목한 까닭이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 2006년에만 10억달러 이상의 돈을 석탄액화 기술개발에 쏟아 부었다. 중국도 이미 하루 5만배럴의 정제유를 생산하는 CTL공장을 건설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80년대 후반 국책연구소가 주축이 되어 상당한 수준의 기술을 축적했으나 이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당시 소규모지만 실증실험에도 성공했다고 한다. 이제서야 정부가 그린에너지산업 발전전략의 하나로 이 기술을 포함시켜 다시 연구가 시작됐지만 그 출발이 너무 늦었다. 에너지기술연구소는 지난해 파일럿설비 건설에 착수,내년부터 하루 15배럴 정도의 석유를 시험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이 기술을 외국에서 도입하기는 어려워졌다. 상용화 기술을 보유한 남아공 사솔(Sasol)사는 기술이전의 생각조차도 없다고 한다. 모든 것을 우리 손으로 해결해야 하고,국가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과 지원이 이뤄져야할 이유다.

국제유가가 슬금슬금 올라 벌써 배럴당 70달러선에 육박하고 있다. 연초의 2배 가까운 수준으로 또다시 유가 100달러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꾸 비싸질게 분명한 석유값에 목매달아야할 처지인데,신 · 재생에너지는 아직 너무 멀리 있다. 더구나 수송용 에너지는 당분간 다른 대체연료를 찾기 힘들다.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몇십년 버틸 수 있는 에너지가 있다면 석탄 뿐이다. 남한 땅의 15억톤,북한에 묻힌 150억톤의 석탄이 대안일 수 있을 것이다.

추창근 논설실장 kunn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