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는 한국사람이 일주일에 평균 2회 이상 먹는 대표적인 먹을거리다. 특히 돼지고기 보쌈은 기름기가 적고 김치와 야채를 곁들여 먹는 웰빙음식으로 인기가 치솟고 있다.

보쌈전문점은 1980년대 후반 '원할머니보쌈'과 '놀부보쌈'이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면서 폭발적으로 시장이 팽창해 현재 전국에 가맹점만 1000개가 넘는다.

최근 '장충동왕족발보쌈''두레정가보쌈' 등 후발 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공세에 나서면서 시장 쟁탈전이 가열되고 있다. 보쌈전문점은 유행을 타지 않아 창업 아이템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놀부와 원할머니 원조 경쟁

놀부와 원할머니보쌈은 지난 20여년 동안 보쌈시장을 놓고 원조 경쟁을 벌여왔다. 2000년 이전까지 보쌈 프랜차이즈 시장에서는 두 회사가 사실상 100%를 점유했다. 현재 점포 수는 놀부보쌈이 287개로,272개인 원할머니보쌈을 근소한 차로 앞선다. 하지만 원할머니보쌈 측은 놀부에 비해 '맛'에서 만큼은 앞선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 들어 양사는 단순한 고기맛이 아니라 친환경과 웰빙식품을 내세워 건강을 신경쓰는 고객을 파고들고 있다. 로하스 인증을 받은 놀부보쌈은 메뉴를 전면 리뉴얼화해 '뉴놀부보쌈''로하스 약선김치보쌈' 등 10종을 내놓았다.

최근 '보쌈에 미쳐'라는 신규 광고를 내보내며 불황기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맞서 원할머니보쌈은 '식품안전'을 컨셉트로 고객만족도를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3월 김치에 이어 올 3월 족발에 대해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지정을 받았다. 농수산식품부에서는 '김치류'와 '족발'에 대해 한국 전통식품 품질 인증을 획득했다.


◆후발업체들 차별화로 승부수

장충동왕족발보쌈 등 후발업체들이 속속 시장에 진출하면서 양강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평균 20%가량 저렴한 가격과 차별화된 메뉴를 앞세워 서민층 소비자를 파고들고 있다. 대전에서 출발해 수도권에 진출한 장충동왕족발은 이미 전국 매장이 160여개에 달한다. 개성할머니보쌈이 30여개,두레정가보쌈 · 평양보쌈 등이 10여개 안팎의 점포를 확보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돼지고기 외에 오리,치킨 등을 이용한 퓨전 보쌈을 선보였다. 개성할머니보쌈은 구절판 보쌈을 개발해 고객에게 어필하고 있고,원조할매보쌈은 배달형 매장을 운영해 틈새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순대로 유명한 또순이도 최근 보쌈시장에 신규 진출했다. 이 회사는 현재 순대보쌈 80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두레정가보쌈' 브랜드로 올 3월부터 가맹점 모집에 들어갔다. 토속적인 맛과 분위기를 강조하고 있으며,돼지고기는 물론 훈제오리,오향냉채족발 등으로 메뉴를 다양화했다.


◆독립 점포 운영은 쉽지 않아

보쌈은 고기와 김치를 얼마나 맛있게 조리하고 신선하게 관리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고객 회전이 잘 되면 별 문제가 없지만 매출이 떨어지면 '재고 누적→고기 맛 저하→고객 외면'의 악순환이 벌어진다. 보쌈김치는 만들기도 어렵지만 맛을 유지하기 어려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품질이나 브랜드 관리 차원에선 역시 대형 프랜차이즈의 가맹점 창업이 유리하다. 하지만 3억~4억원(점포비 포함) 정도의 투자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원금을 회수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게 부담이다. 독립 점포는 브랜드력이 약해 프랜차이즈 매장에 대적할 수 있는 고품질의 손맛과 차별화된 서비스가 요구된다.

점심에 비해 저녁 장사가 신통치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보조 메뉴 개발이 필요하다. 여성 친화적인 먹을거리인 만큼 주부들이 많이 찾는 쇼핑몰 주변이나 다운타운,아파트단지 상가 등을 노려볼 만하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

◆도움말=박민구 맛깔컨설팅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