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천변풍경》으로 잘 알려진 구보 박태원(1909~1986년)은 서울 토박이였다. 청계천변의 수중박골(현 중구 다동)에서 나고 자란 그는 서울말을 가장 잘 구사한 작가로도 유명했다. 그의 이런 특장은 청계천 주변 사람들의 삶을 맛깔스런 문체로 그려낸 《천변풍경》에 잘 나와 있다.

올해로 탄생 100년을 맞은 구보의 삶과 문학세계를 재조명하는 전시회가 열린다. 청계천문화관이 구보학회(회장 김상태)와 공동으로 오는 16일부터 7월5일까지 마련하는 '청계천에서 만난 사람,구보 박태원' 특별전이다.

이번 특별전에는 193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구보의 문학세계를 보여주는 대표작들과 유품들이 전시된다. 《천변풍경》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등의 초판본을 비롯해 그의 작품이 연재됐던 <조광><신시대><소학생> 등의 잡지,친구 이상을 모델로 쓴 《애욕》,삽화를 직접 그린 《반년간》이 실린 신문 등 희귀자료들이 다수 선보인다.

친일문학 시비가 있었던 소설 《아세아의 여명》은 처음 공개된다. 중 · 일전쟁 당시 일본군에 의해 남경 · 무한 · 장사가 함락된 후 국민당 내부에서 일어난 장개석의 항전파와 왕조명의 화평파 간 대립을 다룬 이 작품은 일제의 대동아공영권을 표면주제로 다루면서 전쟁의 종결과 민족자결,평화와 열망을 이면주제로 다뤄 논란을 낳았다.

친필엽서와 인지 도장,원고지 보관함 등 구보의 손때가 묻은 유품 20여 점도 최초로 공개된다. 모더니스트 구보를 상징하는 둥근테 안경,당대 유명 문인들이 글 · 그림 · 시 등으로 축하 메시지를 남긴 결혼식 방명록도 함께 소개된다.

이상 · 이태준 · 김기림 등과 1930년대 구인회(九人會) 동인으로 활동했던 구보는 다양한 실험과 새로운 창작기법을 선보인 모더니즘 작가로,한국전쟁 중 월북해 북한에서 《갑오농민전쟁》 등의 역사소설을 썼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