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매시장이 투자자가 몰리면서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한번에 감정가 이상으로 낙찰되는 고가 아파트가 속출하고 시세보다 높게 매각되는 물건이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과열 양상은 경기 침체로 부동산 경매 물건이 늘어나자 시세보다 싸게 사려는 수요자가 급증해서다.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달아오른 시장에 성급하게 뛰어들기보다는 잠시 쉬어가면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10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수도권의 공동주택 낙찰가율과 경쟁률이 지난 1월 이후 5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올 들어 처음으로 한 달 평균 낙찰가율이 100%가 넘는 지역이 등장했다. 올 1월 85.5%였던 인천지역 연립 · 다세대 주택의 낙찰가율은 5월 들어 105.4%까지 치솟았다. 감정가 대비 낙찰금액을 나타내는 낙찰가율이 100%를 넘었다는 것은 감정가 이상으로 거래돼 시세차익이 거의 없다는 의미다.

서울에서도 1월 75% 선이던 아파트,연립 · 다세대 주택의 낙찰가율이 5월엔 각각 84.6%,90.6%까지 뛰었다. 경기 분당 아파트 역시 63.6%에 불과하던 낙찰가율이 불과 5개월 새 96.2%로 올랐다.

이처럼 낙찰가율이 고공 행진하면서 유찰 없이 감정가 이상으로 낙찰되는 아파트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감정가보다 높게 매각된 서울 아파트 33건 중 23건이 한번에 낙찰됐다.

지난 1일 감정가 6억원에 나온 강동구 상일동 고덕주공아파트(85㎡)는 11명이 경쟁해 6억7110만원(낙찰가율 112%)에 거래됐고,지난달 25일 경매된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아파트(51.4㎡) 역시 감정가(5억3500만원)보다 비싼 5억8388만원(낙찰가율 109.1%)에 낙찰됐다.

낙찰가격이 높다 보니 아파트 시세와 큰 차이가 없어졌다. 지난달 25일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111㎡ · 34평)는 시세와 비슷한 12억5190만원에 낙찰됐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95㎡ · 31평) 역시 시세와 비슷한 8억7147만원에 경매됐다.


전문가들은 시장 과열 때 잘못 들어갔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은현 법무법인 산하 실장은 "올 2월 감정가보다 높은 17억원에 낙찰받은 대치동 한보미도맨션2차(149㎡)가 잔금을 치르지 못해 지난 4일 재매각됐다"며 "분위기에 편승해 시세보다 높게 낙찰받으면 계약금만 날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형달 경매전문컨설팅 GMRC 대표는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근 경매 시장 가격이 너무 올랐다"며 "지금 같은 과열 시장에 뛰어들지 말고 잠시 쉬어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