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창 정치부장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요즘 말을 아끼고 있다.친이계 일부와 당 쇄신위가 화합형 대표론을 내세워 박 전대표가 전당대회에 참여하거나 대리인을 내세우라고 압박하지만 별 반응이 없다.

측근들은 “박 전 대표가 요즘 답답해 하고 있다”고 전한다.여러가지 돌아가는 여권의 사정을 보면 전면에 나설 생각이 전혀 없는게 사실이지만 한나라당의 대주주로서 마냥 위기상황을 구경만 할 수는 없지않느냐는 여론이 적지않아서다.

현재의 쇄신 논의에 대해 박 전 대표는 다소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진다.쇄신의 본질적인 방향이 틀렸다는 것이다.민심이반을 가져온 소통부재를 초래한 가장 큰 책임이 청와대에 있는만큼 당 대표 거취 논의는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는 인식이다.

박 전 대표측 인사들이 10일 당 회의에서 화합형 대표론을 강하게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홍사덕 의원은 “박희태 대표께서 6월 말을 시한으로 해서 자신의 직과 관련한 말을 하신 것은 일시적인 실수를 했다고 굳게 믿는다”고 힐난했다.

이경재 의원도 ’화합형 대표추대론‘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간 정말 마음을 털어놓는 화합과 통합의 정신이 있고 난 다음에 화합이 있는 것”이라며 “억지로 협박해서 얼기설기 만든다고 화합이 되는 것 아니다”라고 가세했다.

이 대통령이 진정성을 갖고 박 전 대표와의 화해에 나서야만 당내 화합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지 당 대표 자리만 친박에게 넘겨준다고 해결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위기의 본질이 친이 친박의 갈등인데 이의 근본원인을 치료하지 않은채 자리 흥정으로 풀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박 전대표가 고민스런 대목에서 꺼내드는 카드는 다름아닌 원칙이다.그런 맥락에서 박 전 대표는 쇄신논의를 일단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그 결과를 보고 자신의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표는 어떤 경우든 대표직을 고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자신이 맡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대리인을 내세우지도 않을 개연성이 다분하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과의 불편한 관계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표직은 큰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친박인사는 “민심이반이 심각한 상황에서 대표를 맡아봐야 빛날 일 보다는 타격을 입을 일이 많다”며 “자칫 수세에 몰린 여권의 또다른 희생양이 될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금같이 민심이 좋지않은 상황에서 공연히 당의 전면에 나서봐야 득 될 게 없다는 인식이다.대표자리가 잇단 악재에 대해 책임만 지는 자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차기 대권을 준비하는 박 전 대표로선 긴 호흡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차기 대선까진 3년반이나 남아있다.한마디로 장기전이다.지금 대표직을 고사하는 가장 큰 이유중 하나다.

대표직을 맡는 게 자칫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지울수 없을 것이다.더욱이 민심이반으로 여권으로선 딱히 탈출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대표직을 맡을 경우 상처를 입기 십상이다.

그 보다는 단기적으로 국민의 불신이 깊은 현실정치와는 거리를 두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음직하다.단기적으로는 차기 주자로서 이미지를 관리하고 내년 이후 결정적일때 승부수를 띄우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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