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으로 불거진 검찰과 법원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가 10일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기준에 대해 원색적인 발언으로 불만을 털어놓자 법원도 강경 발언으로 맞섰다. 최재경 서울중앙지방검찰청 3차장검사(사진)는 이날 언론 브리핑 질의응답 시간에 "검찰이 권한이 많기 때문에 국민들이 검찰에 요구하는 수준이 높지 않느냐"는 질문에 "권한이 뭐가 있느냐.영장청구하면 뽑기 수준으로 (법원이 발부한다)…"라며 법원 측을 정면으로 비난했다.

그는 "금융회사 등에 수사를 위해 자료를 요청하면 법에는 영장이 필요없는데도 영장을 제시하라고 한다"며 "법원에 영장을 청구해서 내주면 다행이고 (영장 발부 여부를) 검사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모시고 있는 상전의 몸무게는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능가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검사한테 1차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나쁜 놈 잘 잡으라는 것이고,인권 서비스를 잘 하는 것은 2차인데 이래서는 안 된다"고 언성을 높였다.

그는 뒤늦게 "상전이란 국민을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전반적인 맥락상으로는 법원을 가리키는 말로 해석될 여지가 더 컸다.

이 같은 발언에 법원 측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일반 판사는 "영장전담부가 뽑기하려고 있는 데가 아니다"며 "학생 수준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원과 검찰의 갈등은 지난 3일 천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으로부터 기각당하면서 촉발된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법원은 영장을 기각하면서 이례적으로 A4용지 2장의 보도자료를 내고 기각 사유를 조목조목 명시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기각 결정만 내리면 됐지 민감한 시기에 사유를 일일이 언론에 알린 것은 '검찰 망신주기'가 아니냐"는 불만을 털어놨다. 이어 청주지법 영동지원장이 지난 4월 검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판사들이 쉬어야 하는 주말에 영장을 청구하면 기각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언론을 통해 뒤늦게 알려지면서 검찰의 불만이 극도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최 차장검사의 발언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는 "수위가 세긴 했지만 할 말을 한 것"이란 반응이 우세하지만 일각에선 "상황과 맞지 않는 면이 있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법원이 진술 증거를 배척하려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기존 수사관행을 고수하고 있는 검찰이 영장기각을 무턱대고 비난만 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임도원/서보미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