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긴축은 일본식 장기불황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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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90년 후반 경기회복 초기에 재정긴축 '찬물'
민간硏 "돈 안도는 상황서 인플레 우려는 기우"
민간硏 "돈 안도는 상황서 인플레 우려는 기우"
정부가 글로벌 인플레이션 논란에 휘말려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 기조를 지금까지의 완화에서 긴축으로 섣불리 바꾼다면 일본처럼 10년 장기 불황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은행도 미국에서 불거진 인플레이션 우려가 실제보다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1990년대 초반 경기침체기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일본은행의 지속적인 정책금리 인하와 일본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1994년 중반부터 1996년까지 경기가 상당폭 반등했다. 성장률은 1992년과 1993년 1.0%와 0.2%에서 1994년부터 1996년까지 각각 1.1%,2.0%,2.7% 등으로 상승했다.
일본 정부는 그러나 재정적자가 불어나자 1997년 4월 소비세(한국의 부가가치세)를 3%에서 5%로 인상하고 9조엔을 빨아들이는 긴축 재정 정책을 폈다. 그해 11월에는 소득세 특별감세 조치를 철폐하는 등 증세 조치를 취했다. 이로 인해 소비가 급작스럽게 줄고 생산 투자 등이 위축됐다. 그 결과 성장률은 1997년 1.6%로 낮아진 뒤 1998년과 1999년에는 -2.0%와 -0.1%로 떨어졌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실장은 "일본은행은 정책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췄지만 일본 정부는 긴축이라는 상충된 정책을 폈다"며 "그 결과 경제 회복을 이어가지 못하고 장기 불황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는 지금 이 같은 일본의 실패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금 유동성이 많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금융권에서만 맴돌고 기업이나 실물로는 흘러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제가 안정적 회복 국면에 접어들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금리를 올린다면 생산이나 투자가 얼어붙어 침체를 피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 역시 "경제가 2분기 반짝 좋아졌다가 3분기에 다시 악화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정책 기조를 상당 기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한은의 한 간부는 "지금은 인플레를 걱정할 단계가 아니며 정책 변화는 수년 앞까지 내다봐야 하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일본은 1980년대 후반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1990년대 초반 경기침체기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일본은행의 지속적인 정책금리 인하와 일본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1994년 중반부터 1996년까지 경기가 상당폭 반등했다. 성장률은 1992년과 1993년 1.0%와 0.2%에서 1994년부터 1996년까지 각각 1.1%,2.0%,2.7% 등으로 상승했다.
일본 정부는 그러나 재정적자가 불어나자 1997년 4월 소비세(한국의 부가가치세)를 3%에서 5%로 인상하고 9조엔을 빨아들이는 긴축 재정 정책을 폈다. 그해 11월에는 소득세 특별감세 조치를 철폐하는 등 증세 조치를 취했다. 이로 인해 소비가 급작스럽게 줄고 생산 투자 등이 위축됐다. 그 결과 성장률은 1997년 1.6%로 낮아진 뒤 1998년과 1999년에는 -2.0%와 -0.1%로 떨어졌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실장은 "일본은행은 정책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췄지만 일본 정부는 긴축이라는 상충된 정책을 폈다"며 "그 결과 경제 회복을 이어가지 못하고 장기 불황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는 지금 이 같은 일본의 실패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금 유동성이 많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금융권에서만 맴돌고 기업이나 실물로는 흘러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제가 안정적 회복 국면에 접어들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금리를 올린다면 생산이나 투자가 얼어붙어 침체를 피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 역시 "경제가 2분기 반짝 좋아졌다가 3분기에 다시 악화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정책 기조를 상당 기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한은의 한 간부는 "지금은 인플레를 걱정할 단계가 아니며 정책 변화는 수년 앞까지 내다봐야 하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