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9일 오후 8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림역과 연결된 '포도몰'.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ABC마트,유니클로 등 주요 매장에는 쇼핑객들로 북적였다. 유니클로 매장 직원은 "주말에는 인파가 몰려 그냥 발길을 돌리는 손님도 많다"며 "주말 하루 매출이 3000만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2. 10일 오후 1시 지하철 2 · 5호선 왕십리 민자역사 비트플렉스.1층 패션몰 엔터식스에는 평일 낮인데도 옷을 고르는 주부들로 붐볐다. 부인과 함께 온 주형모씨(35)는 "이마트에서 장을 보고 잠시 쉬는 중"이라며 "주말엔 사람들에 치여 영화만 보고 돌아가곤 했는데 오늘은 마침 쉬는 날이라 찬찬히 둘러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극심한 불황기에 문을 연 지역밀착형 쇼핑몰인 '포도몰'과 '비트플렉스'가 지역 쇼핑명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특히 유동인구는 많지만 유통 대기업들이 외면해 '쇼핑 사각지대'였던 신림역과 왕십리역 인근에 무명의 중소업체들이 세운 복합쇼핑몰이어서 더욱 주목받는다. 이들 쇼핑몰은 상권 특성을 철저히 분석,지역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맞춤형 매장 구성과 백화점식 임대수수료형 운영 방식으로 '지역 쇼핑몰'의 성공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도몰은 지난 2월 말 개장한 이후 월 평균 8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평일에는 하루 2만5000명,주말에는 5만명가량이 들른다. 1~2층에 875㎡의 대형 매장을 연 유니클로는 월 5억~6억원의 매출을 올리고,캐주얼 브랜드 MLB는 단일 브랜드로는 백화점에서도 쉽지 않은 월 1억원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ABC마트는 개점 당일 전국 70여개 매장 중 최고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 문을 연 비트플렉스도 CGV,워터파크 등 대형 집객시설이 속속 들어서며 고객수가 크게 늘었다. 지난달 160억원의 매출을 올려 작년 12월 대비 140% 신장했고,패션몰 엔터식스 매출도 138% 늘었다.

두 쇼핑몰이 승승장구하는 것은 타깃 고객층을 명확히 설정해 매장을 구성했고 인근 소비자들의 쇼핑과 문화욕구를 충족시키는 핵심 테넌트(입점매장)들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포도몰은 신림역 주변에 20~30대 유동인구가 많은 점에 주목,아울렛과 백화점의 중간 형태인 '컬렉션 몰' 형태로 구성했다. 젊은층에 인기 있는 유니클로,나이키,CK,ABC마트 등을 중심으로 정상매장과 할인매장 비율을 6 대 4로 구성,고급과 중저가 브랜드를 고루 배치했다.

비트플렉스는 옥수동,행당동이 재개발되면서 젊은층 가구가 늘어난 것에 착안,'온 가족이 즐기는 엔터테인먼트몰'을 컨셉트로 내세웠다. '아이가 워터파크에서 물놀이하는 동안 엄마는 엔터식스에서 쇼핑하고 아빠는 실내 골프연습장에서 운동하다가 함께 식사하는 곳'이 테마다. 두 곳 모두 신림역과 왕십리역의 유동인구를 유인하기 위해 다양한 레스토랑과 영화관,대형서점 등을 입점시켜 '만남의 장소'로 부각시킨 것도 공통점이다.

쇼핑몰 운영 방식에도 닮은 점이 많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패션 매장 구성 및 운영은 전문업체인 '브라이트유니온'(포도몰)과 '엔터식스'(비트플렉스)에 위탁했다.

또 지역 쇼핑몰이 대개 분양형인 것과 달리 임대수수료형 방식을 채택했다. 포도몰은 시행사인 한원에셋,비트플렉스는 개인사업자인 조준래씨가 자회사를 세워 매장을 관리 · 운영한다.

이 밖에 백화점처럼 입점 브랜드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통합 마케팅을 펴,고객과 입점업체들의 신뢰를 얻은 것도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강유현/송태형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