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작년 4분기와 올 1분기에 비해 최근의 조선시황이 훨씬 좋아지고 있다"며 "그룹의 새로운 먹을거리를 에너지 분야에서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9일 세계 최대 조선박람회인 '노르 시핑'이 열리고 있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조선시황과 관련, "정부에서 선박 제작금융만 충분하게 지원해 주면 1년 정도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어 "조선시황도 살아나고 있다"며 "지난 1분기까지는 선박수주의 전(前) 단계인 건조기술 상담이 전무했지만 4월부터는 빈번해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조선시황이 물밑에서나마 서서히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STX그룹의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강 회장은 "기업 인수 · 합병(M&A)을 많이 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오해를 받고 있다"고 일축했다. 그는 "그동안 규모가 크지 않은 회사를 주로 사들였고 투자금도 대부분 회수했다"며 "남아있는 것이라곤 STX유럽(옛 아커야즈)에 투자한 1조5000억원가량이 전부인데 이마저 재상장 등을 통해 이른 시일 내에 투자금을 뽑아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유동성 위기는 전혀 근거없는 유언비어"라는 게 강 회장의 진단이다.

강 회장은 그룹 성장을 위한 장기 플랜에 대해 "전체 시장규모가 가장 큰 것이 에너지 사업"이라며 "에너지 분야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론 "유전 투자나 광권 개발 등 여러 가지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에너지를 적게 쓰는 친환경 기술이 많이 개발되겠지만 그래도 에너지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강 회장의 설명이다.

'경영권 승계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자식들을 경영 일선에 내세울 생각은 전혀 없으며 직원 중에 능력있는 사람을 뽑아 그룹을 이끌어가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오슬로(노르웨이)=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